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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나의 당뇨수술의 역사 (1) (단일문합 유문소장 문합술의 탄생)

작성자명허경열
조회수1079
등록일2018-09-19 오후 10:36:33

나의 대사(당뇨)수술 역사 (1) (단일문합 유문소장 문합술의 탄생)

 

당뇨병의 치료에 있어서 수술적인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다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그리 오래전의 이야기는 아니다. 미국의 월터 포리에스 라는 의사가 당뇨병의 치료에 외과적 수술이 가장 효과적인 것을 누가 감히 생각이나 했겠는가?”라는 제목으로 논문을 발표한 것이 1995년이니까 이때를 기준으로 하면 20년이 조금 넘었을 뿐이다. 그 발표 이후 10년이 흐른 뒤 루비노 라는 외과 의사가 당뇨병은 과도한 영양분에 노출된 상부 소장에서 분비되는 물질에 의하여 발생하며 이곳을 음식이 닿지 않도록 우회시키면 당뇨병이 좋아진다는 사실을 논문으로 발표하여 당뇨 수술이라는 새로운 치료법에 관심이 집중되었다. 당시의 의료계의 분위기는 2~3년 이내에 당뇨병을 정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었기 때문에 당뇨 수술을 전문으로 하는 병원도 우후죽순같이 세워졌다고 한다. 그러나 이후 바라던 이상적인 수술은 나타나지 못했고 이런저런 새로운 수술이 개발되고 발표되어 세간의 관심을 끌기는 했지만, 당뇨의 재발이나 수술의 합병증으로 더는 수술법을 적용하지 못하고 지금에 이르렀다. 그 와중에 내과에서는 내시경을 통해 둥근 비닐 재질을 이용하여 속이 비어있는 파이프처럼 생긴 튜브를 상부 소장에 설치하여 영양분과 소장 점막의 접촉을 차단하여 우회술과 비슷한 구조를 만들어 혈당조절을 시도했는데 의외로 좋은 효과를 보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이물질의 경우 장에 끼워놓고 있으면 이 자체로 문제가 발생한다. 길어야 1년에서 6개월 설치할 수 있는데 제거하게 되면 말짱 도루묵이 되어버리는 현상으로 더는 시행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시술로 인하여 상부 소장관 가설의 타당성이 한 번 더 증명되었음은 확실한 사실이다. 결국, 이럭저럭 또 다른 10년이 지나도록 아무런 발전을 이루지 못한 결과가 되었고 수술이라는 큰 장벽을 극복하지 못하는 것처럼 생각하는 의사도 많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수술적 치료에 대하여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것은 아직도 당뇨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방법이 하나도 없고 그나마 가능성을 보인 것이 수술이기 때문이다. 본인 역시 당뇨 수술에 관심이 있어 2009년부터 지속해서 시행하여 오고 있는데 처음에 시작한 수술은 변형된 축소위우회술로 뛰어난 혈당조절 효과와 재발이 없는 점 그리고 간단하여 수술이 안전하다는 점이 확인되어 수년간 지속해서 시행했다. 그러나 위와 십이지장 사이에 원래 존재하는 유문 괄약근을 우회시키는 구조이므로 괄약근 부재로 인한 문제점이 시간이 경과 하며 점점 심각해지고 이 증상이 시간이 지나도 적응이 되지 않는 점이 문제가 되고 이와 더불어 남아있는 위장 (음식이 통과하지 않는 위)에 내시경 삽입이 되지 않아 위암의 정기적 예방검사가 어렵다는 점등이 주목받으면서 수술법의 개선에 대한 요구가 생기기 시작했다. 사실 위의 점막에 음식이 지나가지 않는다면 위암이 발생할 이유는 크게 줄어든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도 전반적으로는 위암의 발생율이 높은 편이다. 최근 건강검진과 식습관의 개선으로 많이 낮아지기는 했어도 아직도 암 사망률에서 선두권을 차지한다. 현재 생존율이 많이 상승하고 빈도가 내려가는 추세라고는 하나 이는 내시경 건강검진이 활성화된 것이 큰 역할을 한다. 그래서 우회된 위장에는 내시경이 들어가지 못한다는 사실은 문제가 될 수 있다.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려고 나는 축소위우회술을 받은 환자에서 소장 내시경을 이용하여 검진 가능성을 시험하기도 했다. 소장 내시경은 원리가 지렁이가 앞으로 나가는 것과 비슷하다. 두 개의 풍선이 붙어있어서 앞다리와 뒷다리 역할을 하고 가운데는 아코디언처럼 짧아지고 늘어남을 반복한다. 뒷다리를 고정하고 허리를 쭉 펴면 앞으로 전진, 앞다리로 고정하고 허리를 짧게 하면 뒷다리가 따라오고 다시 뒷다리 고정하기를 수없이 반복하여 입에서 항문까지 관찰할 수 있다는 기구인데 말이 쉽지 사람 잡는다. 첫 환자에서 성공을 거두기는 했지만 5시간이 너머 걸린 시술은 검진을 위한 내시경검사로는 적절하지 않았다. 전술했지만 우회된 위장에 암이 새로 생길 확률은 거의 없다. 이것을 가장 잘 설명해주는 것이 미국에 이민을 간 아시아인에서 위암 발생의 변화이다. 미국에 직접 이민을 간 교포 1세대는 위암의 발생이 한국과 비슷하지만 2세들은 식습관이 바뀌어 위암 발생률이 급격히 저하된다. 1세대도 미국 음식을 먹는데 왜 안 떨어지는가? 미국에 갔다고 양식만 먹는 줄 알면 오산이다. 한국에 있을 때보다도 양식을 덜 먹는 사람도 있단다. 그래서 1세대와 2세대는 극심한 차이가 난다. 그럼 1.5세대는 어떨까? 초등학교 때 부모 따라 이민 간 사람들도 입맛은 국산이기 때문에 한국하고 비슷하다고 한다. 이런 재미있는 보고는 위가 음식에 노출되지 않는다면 위암의 발생이 적어질 것이라는 가정을 증명하는 좋은 예가 된다. 그래도 100% 괜찮을까요? 라도 묻는다면 그것을 그렇다 하면 의사가 아니다. 왜냐하면, 우리 신체의 모든 세포는 끊임없이 재생되고 재생과정에 생길 수 있는 기형적인 세포가 암이 될 수 있는 것이므로 우리 신체 어디에나 암은 이론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그래도 환자들은 100%가 아니면 걱정한다. 그 배경에는 위암으로 고생하고 돌아가신 선대들의 아픈 기억이 남아있는 것이 큰 작용을 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 힘든 위암과의 투병 생활을 눈으로 본 사람은 위암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산다. 괜히 뭐가 묵직하고 쓰린 것 같기도 하고 이게 위암이 자라고 있는 증상이 아니냐고 질문하면 완전히 아니라고는 말 못 한다. 걱정이 시작된다.

아무튼, 이런 상태로 당뇨를 치료한답시고 없어도 될 다른 질병을 만든다면 아무리 좋은 결과의 수술도 그 당위성이 문제가 될 수밖에 없었다. 2014년 말부터 2015년 중반까지 당뇨 수술은 더는 시행하기 어려웠다. 환자는 원한다 해도 위와 같은 문제를 남긴 채 수술을 진행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아직 세상에 없는 수술을 고안 하려 했으니 그 아이디어가 쉽게 떠오르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방법을 짜내려 고민을 계속하던 중 우연히 처음 루비노가 발표한 십이지장 공장 우회술의 결과와 그 이후 발표된 같은 수술의 결과의 차이를 유심히 관찰하다 보니 차이를 유발할 수 있는 기술적인 면을 발견하였다. 처음 루비노가 십이지장 공장 우회술을 소개할 때는 굉장히 결과가 좋게 보였다. 그러나 다른 의사가 시행한 경우는 루비노와 비슷한 결과도 있었지만 좋지 않은 결과를 보고하는 의사도 많이 있었다. 그래서 이 수술은 결과가 불균등한 수술로 ( Inconsistent outcomes ) 낙인찍히고 더 시행되지 않는 추세였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수술결과가 일정치 않은 점은 그렇다고 해도 의사에 따라 호불호가 명확히 갈리는 점을 발견하고 이 원인을 찾아내려고 연구한 결과 뜻밖의 소득이 있었는데 바로 이것이 지금 시행하고 있는 SAPE (Single Anastomosis Pyloro Enterostomy) 라는 수술법이다.

한마디로 이 수술은 음식과 소장이 접촉할 경우 당뇨가 유발되는 부위를 필요한 부분만 확실히 우회하고 그 나머지 부분은 보존함으로써 수술의 효과는 극대화하되 수술로 인한 문제는 거의 없을 정도로 수술 후 삶의 질이 상향된 수술이다. 루비노의 발표 이후 10년이 넘도록 같은 자리를 계속 돌 듯이 반복되어온 실패의 연속 원인은 결국 수술의 한계를 넘지 못했거나 당뇨에 대한 효과가 약하거나 재발하는 경우로 요약할 수 있다. 쉽게 말하면 수술의 결과를 좋게 하니 합병증이 생기고, 합병증을 피하다 보니 결과가 나쁘고. 이런 불변의 원칙 속에서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그래 봤자 두 가지 동시 만족은 없으니 참 힘들 수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다시 정리하면 수술에 의한 문제점이 없어야 하고, 강력한 당뇨 치료 효과, 재발하지 않는다는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하는 수술법이 필요했던 것인데 유문 괄약근 때문에 효과를 보면 수술 후 소화에 문제가 생기고 소화가 잘되게 하면 재발하는 시행착오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축소의 우회술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듯 보였고 세 가지를 어느 정도 충족한다고 생각했다. 그때는 이런 종류의 수술 중 가장 안전하고 합병증이 없는 수술이었기 때문에 그런 생각이 가능했었다. 그런데 수술 후 많은 시간이 지나고서야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당뇨 환자는 당뇨가 완치되고 시간이 오래 지나면 자신이 당뇨병으로 걱정했던 사실 자체를 망각하는 것 같다. “소화가 잘 안 돼요!” “근데 흉터가 좀 큰 것 같은데 이것 좀 없애 주면 안되나?” 이런 불평은 환자를 원망할 것도 아니고 환자의 처지를 이해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불편을 없애 주어야 한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되풀이되어서는 안 된다. 생각해 보면 이런 불편감이 평생 지속한다는 예감도 불안을 가중하는 것으로 보인다. 수술받은 환자들의 그래서 더 삶이 어렵다. 그래서 생각했고 그래서 만들어진 게 단일 문합 유뮨소장우회술 이라는 방법이다. (2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