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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나의 당뇨수술의 역사 (2) (수술원리의 숨은 이야기)

작성자명허경열
조회수905
등록일2018-09-22 오전 1: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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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대사(당뇨) 수술의 역사 (2)

 

유문 괄약근은 위장에서 소장으로 넘어가는 음식물의 통과를 관리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 자체를 제외하고는 어느 것도 이 기능을 대신할 수 없다. 당뇨수술에서 유문 괄약근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오래된 일이 아니다. 과거에 위암이나 위궤양 천공에 대한 수술을 할 때는 유문괄약근을 서슴없이 잘라내었다. 환자의 삶을 연장하기 위하여 피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 수술하는 환자는 삶과 죽음의 귀로에 있는 사람이 아니다. 수술이 반드시 필요한 환자도 아니고 평소에 잘 먹고 지내던 사람으로 혈당이 높을 뿐이다. 치료는 득실을 잘 저울질 해서 적용하여야 한다. 명분 없는 제거는 용납이 안 된다. 결국, 수술로 사라진 이 기능을 되살리는 다른 방법은 존재하지 않으며 그냥 두는 것 이외는 방법이 없는 것 같다. 그렇지만 막상 내버려 두려고 하니 끝에 붙어있는 십이지장이 음식에 노출되는 현상을 피할 수 없다. 십이지장의 아주 적은 부분이 노출된다는 것이 재발과 무슨 연관이 있는가? 하고 질문이 생길 수 있지만 나는 그 사실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우리나라에서의 당뇨 수술은 2009년에 대학병원 세 곳에서 처음 시작되었는데 순천향대학병원은 그중 세 번째로 시행되었다. 다른 두 곳의 대학병원은 십이지장 공장우회술이라는 방법을 이용하여 먼저 시작하고 뒤를 이어 우리 병원에서 축소위우회술을 이용하여 시작했는데 12월쯤 인가 먼저 시작했던 두 대학병원에서 모두 당뇨가 재발해서 문제가 되었다고 하는 소식을 접했다. 환자 대부분이 수술 직후는 혈당이 감쪽같이 떨어졌다가 다시 오르는 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초조했다. 그때는 사실 당뇨나 수술의 치료 기전에 대하여 잘 몰랐던 것이 사실이다. 정말 불안한 시간이 지났고 잠 못 자며 걱정한 날도 많이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우리 병원 수술환자에서는 당뇨 재발의 조짐이 보이지 않았다. 10명 이상 6개월을 넘어가면서 안심을 했으나 그 이후 언제라도 재발할 우려가 있다는 생각에 수술을 계속 진행할 지도 고려해야 했다. 지금은 어느 정도 경험과 지식이 쌓여서 재발에 대한 개념이 있는데 수술 후 재발을 한다면 1년 이내에 재발이 발생한다. 이건 우리나라의 의사들은 물론 외국의 의사들도 아는 사람은 몇 안 되는 것으로 안다. 재발의 기전을 잠깐 설명하면 소장의 보상성 증식 (compensatory proliferation)이 주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보상성 증식이란 소장이 많이 제거되었을 때 남아있는 소장에서 일어나는 현상으로 만약 외상으로 인하여 소장의 손상을 입고 많은 부분을 잘라내고 연결했다면 수술 후 영양분 흡수에 문제가 생길 것이다. 그래서 남아있는 소장이 흡수를 증대시키기 위하여 흡수 면적을 넓히고 음식물이 내려가는 속도도 낮추게 된다. 면적을 넓히는 방법은 소장에 솟아 있는 융모의 수가 많아지고 길이도 길어진다. 그리고 장 자체의 굵기도 늘어나 마치 대장처럼 보일 때도 있다. 흡수할 만큼 흡수하려는 우리 신체의 정상적인 방어기제다. 이러한 보상성 재생은 보통 1년 동안 최고조로 발생이 되고 2년까지도 지속이 될 수 있으나 그 이후는 보상 반응도 없어지게 되기 때문에 2년 이내에 충분한 증식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는 소장 부전이 올 수 있게 된다. 우회술 후에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난다.. 비슷한 원리라고 생각하면 1년 이내에 증식이 대부분 끝날 것이다. 보통 새로 문합한 뒤의 소장부터 증식이 되는데 만약 여기를 십이지장과 연결하면 십이지장조직이 넘어와서 증식된다는 뜻이다. 그런데 어떻게 넘어갈 수 있는가? 이 현상은 정상 소장 세포의 독특한 재생 형식을 알면 간단히 이해된다. 소장 상피는 우리 몸에서 영양분의 흡수과정의 제일선에서 처음 거친 음식과 만나는 곳이라 손상이 엄청 심하다. 그래서 재생이 신체의 어느 장기보다 빠르다. 5일 이내에 전부 새로운 세포로 교체되는데 소장의 융모 사이사이에는 융모를 꼽아 두었다 빼낸 것 같은 구멍이 굉장히 많이 있다. 이곳은 마치 빙하의 크레바스처럼 무시무시하게 보이기도 하지만 이곳의 바닥에 줄기세포가 있어서 여기서부터 상피가 자라 표면을 따라 올라가는데 융모의 끝에서 떨어져 버린다. 그런데 융모 1개당 구멍이 10개 정도 있고 융모들은 이러한 줄기세포의 구멍을 공유하기 때문에 어떤 융모에서 탈피된 상피세포의 자손은 같은 융모가 아닌 주변의 다른 융모로 자라 올라갈 가능성이 커진다. 융모와 융모 사이에서 조직이 서로 석이어서 증식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두 개의 다른 점막이 접하게 되면 서로 섞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게다가 한쪽이 과잉 증식을 하면 그쪽으로 섞인 세포가 늘어날 것은 뻔 한 일이다. 한마디로 새로 연결되는 소장이 어디와 연결되느냐가 관건인데 십이지장에 붙게 되면 십이지장 세포가 하나 둘 생기면서 늘어나게 되지만 위장에 붙이면 이 세포는 발생학적으로 다른 것이라 넘어오지 못한다. 괄약근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고 괄약근을 살릴 때 필연적으로 붙어있는 십이지장조직이 문제가 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내용은 당뇨병에 대한 십이지장 공장 우회술 논문이라면 거의 다 나타나 있다. 수술의 방법과 결과에 전부 기술되어 있고 방법이 괄약근을 살린 경우의 결론은 주로 (unfavorable, unacceptable, disappointing) 좋지 않은, 받아드릴 수 없는. 실망스러운 결과라고 기술되어 있다. 그리고 1년간 추적 검사의 결과를 보면 3개월이후에 혈당이 다시 상슷하는 패턴을 나타낸다. 상승되는 당화혈색소 수치를 확인할 수 있다. 알고 보면 뻔히 다 보이고 모르면 모르는 대로 넘어간다. 십이지장과 연결할 때 세포가 넘어가서 재발한다는 가설을 뒷받침 하는 사실이 있다. 전술 했지만 내과에서 시행하는 내시경을 이용한 차단막 (barrier) 시술은 재발이 없다. 물론 제거하면 혈당이 상승되지만 적어도 차단막이 들어있는 경우라면 재발하지 않는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점은 십이지장이 노출되는 수술적방법이나 내과적 차단막시술 모두 비슷한 부위의 십이지장이 음식에 노출된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왜 차단막을 썼을 때는 재발이 없나? 차단막은 60센티 정도 되는데 십이지장 세포가 이 60 센티를 넘어 영양분이 닿게 되는 소장으로 증식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점은 거의 확실한 증거가 될 수 있다. 이렇게 잘 보면 눈에 띄는 증거가 더 많이 있다.

얼마 전만 해도 신문이나 잡지에 숨어있는 물건 찾기 두 개 그림에서 틀린 점 찾기 같은 퍼즐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이 퍼즐의 특징은 일단 알고 나면 계속 보이는데 모를 때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거의 같은 수준인 것 같다. 다시 돌아가서 이제까지 전 세계에서 발표된 많은 논문을 능력이 닫는 대로 찾아서 확인했다. 외국 학회에 이 사실을 발표했더니 그 인상들이란! 망연자실이라 해야 하나? 등잔 밑이 어두워도 이렇게 새까맣게 될 수도 있을까? 문제는 당뇨병은 낫지 않는 병이라는 고정관념이 사고의 진전을 방해하는 것 같다. 이제까지 당뇨병에 대한 십이지장 공장 우회술의 결과는 일정하지 않다. (inconsistent)라고 되어 있는 것이 정설이다. 아무도 더 언급은 없다. 그냥 그런 거니까……. 나는 답답해 죽겠다. 요즘도 십이지장 공장 우회술의 다른 논문이 새로 나오면 제목부터 본다. 시원치 않다고 할 때 수술법은 어땠나? 보면 괄약근을 살리며 십이지장을 조금 이용하여 소장과 연결하였으며 위장의 용량 변화는 없었다. 천편일률이다. 지난 일본학회에서 이 사실을 발표했을 때 미국의 유명한 내분비 의사인 커밍스와 싱가포르의 역시 내분비 의사인 탐 쾅 웨이 (Kwang-Wei Tham)의 반응은 인상적이었다. 커밍스는 당뇨병의 수술적 치료분야에서 내과의사로서 세계적인 대가이며 루비노 같은 대가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나에게 “make sense” (말은 된다? 정도?)라는 간단한 단어로 그리고 좀 상기된 얼굴로 이야기했고 싱가폴에서 온 탐은 질문이 많았다.. 그 여성 선생님은 싱가포르 내분비 학회 회장도 역임했고 굉장히 임팩트가 큰 선생이다. 두 선생님의 특징은 외과 의사가 아니면서 당뇨병의 수술적 치료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내과의사라는 점이다. 앞서가는 사람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던가? 수술적 치료가 답이라는 생각에 가장 원칙적인 치료법을연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비록 자기는 외과의사는 아니지만. 그래서 전문분야는 당뇨의 수술적 치료이다. 그래서 외과 의사보다 수술에 대하여 더 잘 아는 사람들이다. 탐 선생의 질문의 요지는 도대체 어떻게 알아 냈느냐 하는 것이다.

생각하면 이것은 반복되는 무늬에서 pattern을 발견한 것과 비슷한 것 같다. 중요한 것은 의문과 관심을 갖고 찾아보아야 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인데 나에게 관심이 생겼던 것은 아마 지난 2009년 재발이 염려되어 잠을 설치며 걱정했던 것이 큰 역할을 했던 것 같다. 그때 나보다 먼저 시행했던 두 기관에서 재발한 수술법은 수술 후 삶의 질을 위하여 괄약근을 확실히 살리며 십이지장도 가능한 한 많이 남긴 후 공장과 연결한 수술이었다. 축소위우회술의 경우는 위에서 절단이 되므로 공장과 십이지장의 만남은 없다. 수술 할 때 괄약근을 대신하기 위하여 위장을 튜브 (tube) 형태로 성형해주는 방법으로 대신했는데 이게 원래 괄약근과는 기능이 턱없이 부족하다.. 기능이 떨어진다는 말이다. 현재 시행하는 SAPE 라는 수술에는 뒤에 숨겨진 이야기가 많다. 지금은 괄약근에서 절단을 해서 괄약근은 남고 십이지장조직은 다 잘라 내거나 전기칼로 태워서 없앤 후 문합한다. 괄약근자체의 근본은 위장의 근육이 비후된 것이라 거기의 상피점막도 위장의 그것이다. 결국 양쪽으로 도망가는 토끼 두 마리를 다 잡은 형국이다. 유문괄약근을 보존하면서도 십이지장 조직은 모두 우회한 수술이라는 뜻이다. 이 수술의 뒤에는 이것 말고도 굉장히 많은 우여곡절이 숨어 있다. 예를 들어 이러한 재발의 기전에 대한 아이디어가 있다고 하고 그러면 해결책은 무었일까?. 그런데 괄약근에 소장을 붙이는 것을 생각하는 의사는 아무도 없다. 그런 수술을 해본 사람도 아무도 없다. 그런데 나는 어떻게 이런 방법을 이용했을까? 환자를 실험의 대상으로 생각했을까? 나의 당뇨 수술의 역사 (3)에서 알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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