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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나의 대사수술의 역사 3 (수술 패러다임의 변화)

작성자명허경열
조회수1386
등록일2018-11-18 오전 2:28:45

나의 대사(당뇨) 수술의 역사 (3): 수술에 대한 패러다임의 변화

외과 의사가 이제까지 해오던 수술은 대부분 치료 과정의 마지막 수단이었다. 그래서 모든 방법을 총동원하였다. 그렇게 해도 재발이 빈번했으며 최선을 다했다는 사실 만으로 만족해야 하는 경우도 많았다. 수술 자체가 언제나 부족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래서 외과수술 후 합병증이라는 것은 비난받을 문제가 아니고 그만큼 수술을 열심히 한 결과로 평가되는 시절도 있었다. 본인이 전공의 시절에는 더욱 그랬다. 그래서 잘하는 수술은 큰 절개에 오랜 시간 동안 그리고 되도록 많은 조직을 절제하는 것이라는 개념 아래서 시행되었기 때문에 외과 의사들은 서로 경쟁적으로 수술을 범위를 키웠다. 환자의 수술 후 삶의 질은 엉망일 수밖에 없었지만 의사는 거의 모두 면죄부를 받았다. 그도 그럴 것이 암을 완전히 제거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기 때문에 암에 의한 불편감, 속을 뒤집는 항암치료 등으로 소화가 잘 안 된다는 것은 인지하지도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 일찍 돌아가시는 분도 많았다…. 그래서 “당뇨병이 있던 환자에서 위암 수술하면 당뇨가 호전된다.” 같은 사치스러운 말은 할 분위기가 아니었다. 그리고 과거에는 당뇨병이 지금처럼 흔한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에 관심도별로 없었던 것 같다. 그러나 최근에 와서 암에 대한 광범위 절제가 환자의 장기 생존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사실이 증명되고 조기암의 발견에 의한 완치율도 높아지면서 수술 후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수술 자체의 패러다임의 변화가 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런 현상이 그리 오래 된 것은 아니다. 게다가 당뇨병을 수술로 치료한다는 것은 아직 알려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수술적 치료를 시도 한다면 수술로 인한 단점을 덮어줄 수 있을 정도의 어마어마한 장점을 보여 주어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수술이라는 위험성을 굳이 감수할 필요성을 느낄 수 없다. 그래서 과거에 시행했던 외과적 수술과는 다른 태도로 임해야 한다. 수술을 과거의 수술답지 않도록 하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길어진 평균수명도 고려 대상에 포함하여야 한다. 나는 서혜부 탈장수술에 대하여도 관심이 많다. 이 수술이 좋은 예가 될 수 있는데 수술방법은 엄청난 발전을 거듭했어도 재발률은 높아지는 특이한 현상을 보인다. 수술 후 남아있는 삶의 기간이 훨씬 늘어났기 때문일 것이다.

다시 돌아가서 현재 시행하는 SAPE라는 수술은 굉장히 간단하게 보인다. 아니 간단함을 필수조건으로 하고 고안한 수술 이다. 그리고 특별히 어려운 과정이 없도록 구상했다. 이제는 한 시간 정도면 수술을 종료하기에 충분하다. 수술을 참관한 외과 선생들이 구경한 뒤 무엇인가 모자란 느낌을 갖고 허망한 얼굴로 실망감을 보이며 돌아가는 모습은 나를 즐겁게 한다. 엄청난 수술을 기대하고 왔는데 이게 뭐야? 정도 생각 하는 것 같다. 수술이 그만큼 간단해지고 쉬워진 이유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결과가 나쁘지도 않고 환자의 불편감 역시 거의 없다. 그래서 환자들의 만족도도 하늘과 땅 차이다. 환자분들의 후기를 소개하면. “단것을 아무리 먹어도 혈당이 오르지 않는다. 이런 느낌은 20년 전쯤 느껴보았는데 새삼스럽다” 라는 후기도 있고 “아직 이런 치료법을 모르고 내과에서 당뇨 약 타려고 줄 서 기다리는 환자를 보면 가슴이 아프다. 내가 죄를 짓는 듯하다. 이런 치료법이 있다는 것을 알려야 도리가 아닐까?” 라는 생각을 적어주신분도 있다. 이 내용은 홈페이지 수술 후기에 실제 있는 내용이다. 많은 경우에서“수술한 다음 통증만 없다면 수술했는지 모르겠다.”라고 말 한다. 이런 후기를 접할 때의 느낌은 외과의사만이 알고 있다. 정말 최고다.

수술 받은 환자들의 이와 같은 느낌은 이 수술의 뛰어난 효과를 간접적으로 설명한 것임에 틀림이 없다. 자랑만 늘어놓았는지 모르지만 사실이다. 사실을 알려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껴서 인데 어떤 내과 선생님이 자기 환자에게 “ 그거 살 빼는 수술이야” 라고 말했다는 것을 전해 듣고 이건 아니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이제까지는 그렇다 치고 앞으로는 그러시면 안 될 것 같다. 이제까지의 수술 이라는 단어는 통증, 고통, 장애 가족들의 고생 등이 떠올려진 단어라면 앞으로는 희망이나 편안한 삶을 떠올려도 될 정도로 발전했다고 생각한다. 이 수술은 굉장히 간단하고 안전하다. 그래도 수술의 모든 과정과 각각의 기술은 의미가 있다. 잠깐 몇 가지 짚어보면 일단 큰 기전은 앞에도 이야기했지만 꼭 필요한 부위만 우회하는 것이다. 그리고 간단한 구조이어야 한다. 수술 후에는 흡수력이 저하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모든 술식은 안전성을 기반으로 시행되어야 한다.

단계별로 살펴보면 첫째, 위장에는 손을 대지 않는다. 2형 당뇨병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크게 두 가지로 본다. 비만에 의한 지방 독성과 소장에서 영양분의 존재 여부에 따라 분비되는 인크레틴의 불균형이 그것인데 비슷한 것 같이 보여도 당뇨가 생기는 기전은 판이하다. 전자는 섭취량의 문제이고 후자는 섭취되는 질의 문제다. 그래서 고도 비만에 의한 당뇨는 위장의 축소를 통하여 식이의 섭취량을 효과적으로 줄이는 것이 요점이라서 우회가 반드시 필요한 것이 아니다. 최근 가장 주목받는 고도비만수술이 소매절제술인 것은 이와 같은 이유 때문이다. 루와이 위우회술의 우회 이유는 소장에서 흡수를 줄여보자는 이유라기 보다는 위를 너무 적게 축소하고 소장과 연결 하다 보니 소장의 전체가 식도쪽으로 올라가게 되어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여 위장과 연결되는 길을 따로 하나 더 만들어 연결하는 것이다.

이와 반해 인크레틴 불균형에 의한 당뇨는 먹는 양을 제한할 필요가 없다. 어떻게, 어디를, 얼마나 우회하느냐 가 중요하다. 그래서 위를 건드리지 않는다. 그리고 삶의 질을 위하여 괄약근을 보존한다.

그 다음 우회를 어떻게 하느냐 인데 먼저 음식의 길을 두 갈래로 나누는 루와이 스타일이 아니고 그냥 지나가는 소장의 옆으로 연결하는 루프 형식을 취한다. 인크레틴의 분비를 생각해야 하는 당뇨수술의 개념은 영양분의 흡수가 아닌 영양분의 장내 존재이다. 존재만으로 인크레틴이 분비되기 때문에 그래서 루와이 형식을 취하면 Y 형태의 두갈래구조 중 한쪽은 인크레틴이 분비되므로 흡수만 되지 않는 비효율적인 구조가된다. 가능하면 담즙과 췌장액이 지나는 통로를 길게 하고 음식이 통하는 쪽은 짧게 만들어야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최근에 와서 이 사실을 증명하는 같은 논문이 속속 출판된다.

자 이제 한 가지만 남았다. 어디까지 우회할 것인가? 상부 소장이라 했는데 어디까지가 상부라는 말인가? 이것도 논문만 잘 찾으면 답이 있다. 오래전에 나와 있는 해답이다.

인크레틴은 두 가지가 있다. 상부 소장에는 GIP라는 인크레틴을 분비하는 K 세포가 주로 분포한다. K 세포는 십이지장의 도입부, 그러니까 소장의 시작점에 가장 많이 밀집되어 있다가 점차 밀도가 낮아져서 소장의 끝 부위인 대장과 연결부 위에 가면 거의 없어진다. 그리고 하부소장에는 GLP-1이라는 인크레틴을 분비하는 L 세포가 있고 이 세포는 소장의 끝에 집중되어 있으며 상부 소장으로 올수록 점차 적어지는 현상을 보인다. 당뇨병은 정상인보다 GIP기 많이 분비되고 GLP-1이 적게 분비되는 것이 특징인데 이것의 의미는 상부 소장의 K 세포가 하부소장의 L 세포보다 영양분의 자극을 많이 받는다는 의미로 과거에 비해 훨씬 흡수가 빠른 음식이 주식이 되었다는 뜻이 된다. 식량이 풍족하다 보니 맛을 따진다. 그래서 다지고, 굽고, 또 굽고, 숙성하고 연하게 하고. 이래서 거의 소화된 상태로 소장으로 가게 되니 흡수가 상부에서만 되고 아래로 내려가 GLP-1을 분비시킬 영양분은 남아있지 않다. 이러한 편중된 자극을 다시 원래대로 만들어 인크레틴의 분비를 과거와 비슷하게 바로 잡아 주는 것이 수술이라고 생각하면 무리가 없다. L 세포의 분포가 급격히 증가하여 두 종류의 세포 분포가 역전되는 부위는 350 ㎝ 정도로 본다. 당뇨가 발생하는 원인이 부족한 GLP-1보다는 과도한 GIP의 분비이기 때문에 GIP를 분비하는 K 세포의 분포가 급격히 감소하는 200㎝ 정도가 우회의 적정 부위가 된다. 이렇게 하여야 이론적으로 보상성장증식이 될 때 재발의 원인으로 생각되는 K 세포의 증식을 억제할 수 있을 것이고 더 이상의 우회는 단장 증후군의 발생 가능성으로 권장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중요한 점은 GLP-1의 급격한 증가가 나타나는 350㎝ 부위가 아니라는 점이다. 현재 임상적으로도 GLP-1 유사체를 투여하고는 있으나 근본 원인인 GIP는 그대로 증가한 상태이기 때문에 완전한 관해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결국, 목표는 GIP를 줄이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루어 낼 수 없다.

인슐린의 부족보다 글루카곤의 과다에 중점을 둔다 할지 모르나 이런 변화를 주장하는 논문은 너무나 많다. 영어로 insulinocentrism에서 glucagonocentrism 이라는 주장은 벌써 몇 년전부터 시작된 학설이다. 한 가지 예를 들어 보자. 만약 우리 몸에 인슐린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고혈당으로 생명의 유지가 어려울 것이다. 그럼 글루카곤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정상혈당이 유지된다. 그럼 인슐린과 글루카곤이 모두 없으면 어떻게 될까? 정상혈당이 유지 된다고 한다. 앞의 세 가지 경우를 보면 글루카곤이라는 것만 없으면 당뇨 없이 살아갈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실제 동물실험에서 이 상황은 시험해 본 결과이다. 인슐린은 췌장에서만 나오지만 글루카곤은 췌장에서 대부분이 나오고 상부소장자체에서도 분비가 된다. 그래서 동물실험에서는 글루카곤의 수용체를 knock out (녹아웃, KO) 시켜서 글루카곤이 있어도 작용이 없게 하여 상태를 관찰한다. 놀랍게도 문제가 없다고 한다. 그럼 사람도 이렇게 하면 안 되나? 전에도 이야기 했지만 글루카곤이 작용하지 않으면 췌장의 알파세포가 과 증식하는 종양이 발생될 정도로 신체의 반응이 글루카곤을 요구한다고 한다. 이런 저런 사실이 글루카곤을 지목하고 있다. 그래서 상부소장에서의 GIP 를 해결하지 않고는 아무것도 안된다는 말이며 이제 까지 GIP를 효과적으로 줄인 치료법이 없었기 때문에 완치의 개념도 없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여러 가지 수술 중에 GIP를 확실히 줄이는 담췌우회술이라는 수술이 있다. GIP를 줄이는 수술은 이것 밖에 없었다. 지금은 SAPE도 포함 되지만. 어찌 되었던 GIP를 줄임으로 하여 당뇨를 완치로 이끄는 유일한 수술이었다. 그러나 이 수술은 엄청난 위험성과 고통을 동반한다. 굉장히 바보 같은 수술이다. 수술자체가 고통을 그리 주는데 당뇨가 없어진들 무엇이 행복 할 수 있겠는가?

글루카곤에 대하여는 그만 이야기 하고 마지막으로 유문 괄약근과 공장을 문합 을 시행 할 때 굉장히 중요한 기술적 요령은 반드시 단속 봉합 (interrupted suture)을 사용하여야 한다는 점이다. 연결된 곳 자체가 수축과 확장이 반복되는 곳이므로 연속봉합(continuous suture)을 하여 조여주면 이완이 되지 않기 때문에 심각한 폐쇄를 유발할 수 있다. 마치 쌈지 주머니의 입구가 조여지듯이 뭉치게 되어 괄약근의 운동이 원활하지 않게 되는 현상을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술기는 수술시간의 단축과 실수를 막는다는 의미에서 5㎝의 피부 절개를 시행하여 문합 부위를 체외로 꺼내서 시행하는 것을 권한다. 수술대상자는 근본적으로 체질량지수가 낮으므로 복벽의 두께가 얇아 작은 절개로 충분한 시야가 확보된다.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넘치지 않는다. 당뇨 수술에서 보장된 안전성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5 ㎝를 절개하여 체외 문합을 하는 것도 본인에게는 과거에 많이 쓰던 방법이다. 과거 복강경 수술이 한창 시작되던 2000년대 초반에 LADG (Laparoscopy assisted distal gastrectomy) 복강경보조위절제술시 이용되던 방법으로 본인 역시 초기에 이 수술을 시행한 경험이 많았기 때문에 쉽게 적용할 수 있었다. 이제까지 외과 의사로 살아오면서 도전하고 터득해서 숙달시킨 술기와 아이디어는 당뇨 수술의 준비를 위한 것이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다.

그리고 첨부하면 전에 유문괄약근에 소장을 직접 꿰매서 연결하는 방법은 도대체 어디서 알아내었나? 의 답을 드린다고 했는데 잊고 있었다. 나는 이수술말고도 간담도와 췌장에 대해 수술도 한다. 췌장의 머리 부분의 근처에 생기는 병에 대하여는 췌·십이지장 절제술이라는 수술을 많이 한다. 여기서 이 방법을 해온 지 20년 가까이 되었고 결과는 너무나 좋다. 문제는 없다. 수백 예가 된다. 그냥 하던 것이다. 그런데 이런 수술법을 이용하는 외과 의사가 지구상에 나 혼자라는 사실은 이번 기회를 통해서 알게 된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