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생명을 유지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것을 꼽으라고 하면 아마 산소와 에너지가 될 겁니다. 그래서 호흡기와 소화기에서 각각 산소와 에너지를 흡수 하고 섭취하여 순환계를 이용하여 이것을 신체 각 부위로 운반하고 또 노폐물을 모아서 제거하는 일을 합니다. 순환기를 통해 우리 몸의 각 부위에 전달된 에너지는 같이 배달된 산소를 이용해 태워서 사용합니다. 소화기에서 가장 큰 일은 췌장이 하게 됩니다. 췌장은 내분비와 외분비기능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습니다. 외분비는 얇은 관을 통해 소화액을 십이지장으로 보내서 지방과 단백질 소화에 필수적인 기능을 하고 또 내분비는 혈관에 들어온 포도당을 적절히 분배해서 이용하도록 하며 적당량을 저장해두고 필요할 때 꺼내 쓰는 기능도 있습니다. 주먹 한 개 만한 장기가 정말 하는 일도 많습니다. 소화를 돕는 췌장소화액이야 음식이 들어오면 소화액을 적당히 내보내면 그만이지만 내분비는 혈당의 조절과 효과적인 저장 그리고 필요할 때 동원하는 여러 기능을 한꺼번에 하고 있거든요.

한 때 한꺼번에 여러 가지 기능을 할 수 있는 전자 기계가 유행한 적도 있습니다. 지금은 스마트폰이 그 일을 하지만 전에는 카세트 테입, 라디오, 작은 tv, 손전등(후래쉬기능)등 모든 기능이 있는 전자기기가 유행한 적도 있습니다. 굉장히 편리 했지만 한번 고장 나면 전파상이나 대리점에서도 못 고치는 경우가 태반이었지요. 여러 전자 기능이 한 개의 부속을 공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 그랬다는데 췌장의 여러 기능을 생각하다 보니 고장 나면 버려야 했던 옛날 전자제품 생각이 떠 올랐습니다.

다시 본론으로 가서 그런 각종 기능 중 가장 어려운 것은 적당량을 유지하는 기능인데요. 예를 들어 체온을 유지한다. 혈압을 유지한다. 혈당을 유지한다. 이러한 정상범위를 유지하는 기능은 정말복잡하기도 하지만 갑작스러운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다가 고장 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췌장의 경우 혈당의 유지 기능은 정말 복잡한 것 같아요.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지금부터 입니다.

혈당의 유지는 두 가지 호르몬이 하게 됩니다. 인슐린과 글루카곤입니다. 그런데 췌장의 특이점은 반대되는 두 기능을 갖고 있는 호르몬이 바로 옆에 있는 세포에서 나온다는 겁니다. 게다가 두 가지 종류의 세포가 각각 모여 있지도 않고 마구 섞이어 있거든요. 이게 정말 이상하지 않습니까? 이유가 있습니다.

인슐린은 에너지를 저장, 글루카곤은 동원 이라는 극단적인 반대 기능을 하기 때문에 두 가지가 같이 분비된다면 작용이 반 토막이 날 겁니다. 그런 상황을 확실히 차단하기 위하여 그렇게 섞여 있다고 합니다.

내분비세포에서 호르몬이 분비되는 과정을 살펴보면 일단 세포에서 호르몬을 만들어 작은 주머니에 싸서 보관합니다. 그렇게 준비하고 있다가 필요할 때 세포막을 찢고 나오는 것이거든요. 그러니까 인슐린 같으면 인크레틴이 와서 세포막을 터뜨리면 이게 분비가 되는 상태가 되는 겁니다.

그런데 아까 두가지세포가 섞여 있다고 했지요? 인슐린이 나오면 일단 그 앞에 있는 알파 세포의 벽을 복강 합니다. 못나오게 하는 것입니다. 그 다음에 본연의 임무를 위해 먼 여행을 가게 됩니다. 신기하게 만들어져 있지요? 그래서 우리가 주사로 주는 인슐린은 기능이 떨어지는 겁니다. 같은 량의 인슐린이지만 주사로 주면 글루카곤이 나오는 것을 막는 기능을 못하겠지요 그러니 효과가 적을 수 밖에요. 게다가 인슐린은 비상약도 갖고 있습니다. 인슐린이 밖으로 나오면 옆에서 따라 나오는 호르몬이 있는데 이 녀석은 글루카곤 분비만 차단하는 기능만 하고 사라집니다. 영양분저장을 하는 기능은 없습니다. 글루카곤을 꼭 붙들어 놓고 일을 해야 확실하다는 겁니다.

자 그렇게 확실히 일을 하는데도 글루카곤을 억제 못하는 상황이 있습니다.

2형 당뇨병입니다. 식후 혈당이 높은 이유가 글루카곤 억제가 안돼서 그렇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까 말한 비상약 있지요 여기에 굉장히 중요한 비밀이 있습니다.

너무 복잡해 질 까봐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다음에 비밀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