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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푸념

작성자명허경열
조회수682
등록일2019-05-28 오전 9:43:42

 

 

안녕하셨습니까? 정말 오랜만에 글을 쓰네요.

홈페이지를 들여다보니 마지막 칼럼 쓴 것이 3개월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특별한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만 SAPE 수술이 보험적용이 되지 않은 것에 대하여 좀 속이 상하기는 했습니다. 생각하기 나름이겠지만 마른 당뇨에 유일하게 적용할 수 있으며 뛰어난 효과를 보이는 수술인 SAPE를 제외하고 체질량지수가 낮은 환자에게는 효과가 없는 결과를 나타낸 두 가지 수술에만 적용했기 때문에 체질량지수 27.5 이상의 환자에게서만 시행하라고 명시한 적응대상의 발표는 정말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습니다. 이대로 하면 현재 우리나라 2형 당뇨병 환자의 20%에서 30% 만 수술적 치료의 대상이 됩니다. 우리나라 당뇨병 fact sheet (현황) 2018년도에 발행된 것을 보면 당뇨 환자의 분포가 체질량지수 25를 기준으로 각각 50%씩 차지하고 있거든요. 아직도 우리나라는 마른 당뇨가 대세입니다. 보험 지급이 되는 두 개의 수술은 마른 당뇨에는 효과적이지 못하기 때문인데 왜 효과적이 아닌 두 개의 수술만 굳이 적용하고 체질량지수의 하한선을 높여놓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더욱 기분이 좋지 않은 점은 이와 같은 국가정책의 배경에는 전문가의 의견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당뇨병의 치료에 일선에 있는 학회의 동료 의사들의 의견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 더욱 실망하게 합니다. 화도 나고요. 사실 이와 같은 전문적인 영역에 대한 정책은 최고 전문가 집단의 자문 없이는 할 수 없는 사항이거든요. 머리도 복잡한 데다 속도 상하고 해서 좀 쉬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사실 적용되는 수술은 소매절제술과 루와이 우회술이라는 것인데 루와이라는 용어는 특별한 것이 아니고 우회하는 소장을 붙이는 방법을 정의한 것으로 굉장히 단순한 내용이 됩니다. 현재도 루와이 우회술을 하시는 선생님들의 수술을 보면 성형하는 위장의 크기, 우회가 시작되는 부위, 우회의 길이 등 정작 중요한 것은 그냥 적당히 한다고 하고 모양만 Y 형태로 하고 있거든요, 제가 하는 SAPE라는 수술도 루와이 모양으로 문합 할 수 있습니다. 문합 하는 모양보다 더 중요한 것은 수술의 원칙입니다. 유문 괄약근이 포함되고 십이지장이 완전히 우회되고 음식이 접하지 않는 소장이 2이상 되어야 한다는 구조적 조건입니다. 정말 담당하는 사람과 자문한 사람 모두 모여서 공개적으로 토론했으면 속이 시원할 것 같아요. 이해를 도우려고 준비한 아래의 그림을 설명해 드리면 좌측에 있는 것이 현재 SAPE의 모양입니다. 위장과 소장이 한 개의 연결로 되어있는 것이 특징이고 우측의 그림은 같은 수술을 루와이 형태로 만든 것입니다. 구조를 조금만 바꾸면 루와이 우회술이 되는 겁니다. 모양만 Y가 되면 됩니다. 수술을 제한하려면 학문적 근거가 있어야 합니다. 위장을 성형할 것인가, 한다면 어느 정도 크기가 적당한가, 우회의 길이는 얼마이고 어디부터 어디까지 하여야 한다. 정도의 설명은 해 주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논쟁할 시기가 아닙니다. 제 수술도 아직 검증은 안 되었다고 봐야 하거든요. 약점이 될 수 있습니다. 아직 이런 수술을 시행한 곳은 없습니다. 그래서 외국에서 발표된 참고 자료가 없는 것입니다. 그래도 아쉬운 점은 수술의 결과 정도는 저 한테 알아보고 기준을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닐까요? 저는 담당자나 학회에서 연락은 받은 적이 없거든요. 학회 발표요? 기회가 별로 없었습니다. 그래서 정작 대사 비만 외과학회에서는 수술 초기 결과만 한두 번 발표했고 외국 학회나 이번에 있었던 복강경학회에서는 발표한 것이 전부입니다.

아직 아까 하던 이야기가 남아있습니다. 수술의 모양에 대하여 잠깐 추가하면 수술을 그림의 우측에 있는 모양으로 해볼까 하는 생각도 했으나 이런 편법은 일종의 속임수 혹은 부정행위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Cheating) 그리고 의도가 뻔히 보이는 정책인데 살짝 피한다고 영원히 피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정말 바로잡기 어려워집니다. 우리 의사들이 학회에서 새로운 치료법을 발표하면 이것에 대한 자부심이 굉장합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지요. 이런 것 때문에 그렇게 노력하는지도 모르지만요.

어찌 되었든 다시 시작해야겠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당뇨 수술의 방법이라는 것이 저의 의도에 따라 크게 변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까도 이야기했지만, SAPE 수술의 의미는 당뇨 치료 원리의 발견입니다. 제가 SAPE 수술에 적용한 원리는 현재까지 당뇨를 합병증 없이 치료하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수술은 일과성으로 지나가는 수술이 아닙니다. 광고를 통해 유행처럼 반짝하고 지나가는 수술이 아니라 완치가 가능한 원리를 품고 있는 방법이기 때문에 그냥 사라질 수술은 아닙니다. 그리고 한 가지만 더 말씀드리면 그동안 고민한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수술방법에 대한 것은 아닙니다. 수술방법에 대하여는 여기까지가 제일 나은 방법이고 수술 후 관리에 대하여 해결하여야 할 일이 있거든요. 수술 후에 섭취하지 말아야 하는 몇 가지 음식 혹은 건강식품에 대한 고민입니다. 수술 후에는 음식 조심을 할 필요가 없다는 말씀을 드려 왔습니다. 사실 시중의 건강식품, 보약은 우리가 반드시 먹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효과도 검증된 것이 거의 없으므로 많이 복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알고 평소 먹는 것은 큰 제한 없이 먹을 수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만약 보약이나 건강 보조 식품을 먹지 않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고 생각했던 것이 실수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매우 많은 사람이 건강식품이나 보약을 규칙적으로 혹은 이따금 들고 계시며 이것을 끊으면 큰일 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습니다. 세상 물정을 너무 몰랐다는 겁니다. 그래서 더 이해하기 쉽게 알려줄 준비가 모자랐던 것 같습니다. 환자의 편에서 생각하지 못한 겁니다. 당뇨가 있고 이게 좋아지지 않고 합병증은 걱정되는데 새로운 의료기술로도 딱 부러지게 치료하는 방법이 없다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에 보조식품을 찾는 것은 당연한 현상일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좀 구체적으로 접근해서 확실한 이유를 알려드리고 식품도 구별되도록 정확한 설명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것 역시 쉽지는 않더라고요. 또 다른 문제는 성분표시가 제대로 안 되어있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정확한 분석 자체가 잘 이루어지지 못한다고 합니다. 산 넘어 산입니다. 그러나 몇 가지 결론은 얻었습니다. 이 내용은 차차 칼럼을 통해 알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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