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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인슐린 치료의 딜레마

작성자명허경열
조회수1113
등록일2019-07-05 오후 12:02:13

지구촌의 구석구석에서는 정말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합니다. 논문을 1주일만 들여다보지 않으면 전공이 다른 분야 같이 어색해지고 낯설기만 합니다. 굉장히 많은 새로운 논문이 발표되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고 조금 뒤돌아보면 다 본 것 같아도 어디 숨어 있었는지 보지도 못했던 재미있는 논문을 찾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런 논문이 숨어있던 것은 아니라는 사실도 알게 되고요. 눈에 뻔히 보였는데도 알아차리지 못한 겁니다. 조금씩 지식이 더해가면서 눈에 들어오는 거지요.

인슐린 저항성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려고 이렇게 뜸을 들이고 있습니다. 당뇨수술을 시작하면서부터 말씀드렸던 것 중에 상부소장에서 나오는 GIP라는 인크레틴은 인슐린뿐만 아니고 경우에 따라 글루카곤이라는 호르몬을 분비시키는데 이것은 과도한 영양분이 소장으로 유입될 때 분비되어 지나친 저장 즉 지방으로 인한 신체기능의 부전을 예방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래서 2형당뇨의 원인은 부족한 인슐린이 아니고 과도하게 분비되는 글루카곤이라는 이야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최근에 발표되는 논문 중에는 2형당뇨병의 근본 원인은 인슐린저항성이 아니다 라는 내용이 많이 있습니다. 책임소재를 물어보는 것처럼 원인만 따지는 것이 아닙니다. 어떻게 보면 원인을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인슐린저항성이 아니면 글루카곤이 원인이냐, 그렇다면 GIP 가 선행원인이지, 아니지 흡수 잘되게 요리하는 음식이 원인이지, 이렇게 농담하듯이 원인을 따지자는 것이 아니고 치료의 목표가 바뀌면 방법이 개선되기 때문입니다. 현재 우리는 당뇨 하면 인슐린을 생각합니다. 사실 인슐린이 부족한 게 아닌데 말입니다. 인슐린을 혈당을 낮추는 호르몬으로 생각해서 그런 것 같으나 우리 몸에는 인슐린이 더 필요한 상태는 아니라는 겁니다. 더 이상 저장할 창고가 없이 빽빽이 지방으로 채워져 있기 때문이며 더 이상 저장하면 무리가 오게 됩니다. 인슐린은 저장하는 호르몬이기 때문이며 저장하다 보니 혈당이 낮아지는 것이지 인슐린이 없어서 혈당이 높은 것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현재 치료는 인슐린이 대세지요. 이게 원인과 이에 대한 목표를 바꾸어야 된다는 이유입니다. 높은 혈당을 우리 조직으로 우겨 넣어서 낮출 생각을 하지 말고 혈당이 높아지는 원인부터 없애야 한다는 겁니다. 그러면 우리가 먹는 먹거리에 대한 연구, 글루카곤에 대한 연구, GIP에 대한 연구를 중점으로 하게 되고 그래야 원인 치료가 된다는 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의 목표를 글루카곤으로 하고 이에 관여하는 결정적인 부분을 노리는 것이 의사들의 할 일이라는 겁니다. 인슐린저항성은 우리 신체의 기초적인 방어기재라는 내용의 논문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요새 항산화가 유행이지요. 그런데 활성산소는 인슐린저항성의 근본원인이 됩니다. 그래서 저항성을 없애기 위해 항산화를 외치고 있는 것 같은데 이것도 방어기재로 분류가 되는 것은 인슐린저항성이 주원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당뇨를 치료하는 방법에서 원인적인 접근보다는 결과에 대한 접근이 치료의 근간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까운 것 같습니다.

어떤 풍자만화를 인터넷에서 봤는데 인슐린주사를 맞고 있는 당뇨환자가 의사한테 질문하는데 선생님 저한테는 이미 너무 많은 인슐린이 있는데 또 투여하나요? 라고 물어보는 그림이 이유가 있는 질문이 되는 겁니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 당장 인슐린을 없애라는 말이 아닙니다. 지금 당장 없애면 극심한 고혈당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숱하게 나올 겁니다. 단지 방향을 그렇게 잡아야 한다는 겁니다.

외과에서 많이 하는 수술 중에 교통사고에 의한 혈 복강이 있습니다. 병명은 배 안에 피가 고였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치료를 어떻게 하나요? 배안으로 피가 고이면 혈액이 부족하게 됩니다. 그러면 수혈만 계속하면 치료되나요? 지금 당뇨치료가 수혈만 하는 그런 상황과 비슷하다는 겁니다. 급한 부족분만 수혈하고 출혈의 원인을 제거하는 수술로 들어가야 하듯이 인슐린으로는 급한 고혈당을 조절하는 데만 쓰고 근본원인을 없애는 쪽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최근에 보면 이러한 패러다임변화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패러다임이 쉽게 바뀌지는 않습니다. 이런 패러다임 뒤에는 당뇨는 치료될 수 없다는 고정관념이 있기 때문입니다. 또 두서없는 글을 썼나 봅니다. 논문을 이것저것 찾아보다가 인슐린저항성은 그냥 생긴 것이 아니다 활성산소는 괜히 만드느냐 같은 내용의 논문이 많아지는 것 같아서 생각난 김에 적어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