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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적절한 시기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작성자명허경열
조회수933
등록일2019-08-04 오전 10:56:03

시대를 너무 앞서 나갔다는 말이 있습니다. 사실 무슨 말인지는 알고 있었지만 진짜 느껴보지는 못했거든요. 어떤 행동이 남보다 앞서 나간다는 것이 문제가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바람직한 것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요즈음은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는 것을 느끼곤 합니다.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 시대에 맞는 행동이 중요하다는 것도 가슴에 와 닿는 것 같습니다.

제 자랑이 되겠지만 외과의 복강경 수술분야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작한 수술이 꽤있습니다. 복강경 탈장 수술, 복강경 공여신장적출, 복강경 위암수술등 제일 먼저 시작한 외과의사그룹에 속합니다. 시기적으로 누가 며칠 먼저 첫 수술을 했느냐 하는 것은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드립니다. 고도비만수술과 대사수술도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에서 처음시작한 사람의 한명입니다. 고도비만 수술의 경우 2003년에 3명의 외과 의사가 각기 다른 방법으로 수술을 시작했고 2009년에는 또 다른 두 분의 의사선생님과 함께 당뇨수술을 시작했습니다.

이와 같은 말씀을 드린 이유는 처음 시행하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결과를 가져다주지는 않다는 사실과 SAPE라는 수술의 현 주소를 알려드릴까 해서입니다. 먼저 아까 이야기 했던 시대를 앞서가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의 실제 예를 알려드리겠습니다. 우리 고도비만 수술분야에서 정말 있었던 실제 이야기입니다. 당사자 선생님한테는 양해를 구하지 않았으나 한참 지난 일이기도 하고 저하고 친한 관계이니 그냥 이야기해도 괜찮을 것 같은데 어떨지 모르겠네요.

요즘 고도비만수술 분야에서 제일 적절한 수술로 인정되는 수술법을 아시나요? 당뇨가 주 목표인 대사수술은 제외 하고 오직 과체중에 의한 문제로 수술 할 경우에 최근의 선택은 위소매절제술입니다. 이 수술은 최근에 와서야 우리나라와 외국에서도 표준 술기로 인정받고 있는데요. 이렇게 인정받기에는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이 수술이외에도 여러 가지 방법의 수술이 유행처럼 지나갔지만 수술의 위험성과 효과적인 면에서 적절한 타협을 통해 선택된 수술이 위소매절제술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런데 위소매절제술은 최근에 와서 개발된 수술이 아닙니다. 우리나라에서 고도비만 수술이 처음시행된 것이2003년 이라고 말씀드렸지요? 그때 시행되었던 수술이 바로 위소매절제술입니다. 이것은 전형적으로 너무나 시대를 앞서 갔던 사건이 됩니다. 우리나라 고도비만 수술의 역사를 15년 정도로 본다면 10년을 앞섰던 수술입니다. 이 당시 수술을 처음 시행했던 김00 선생님과는 굉장히 가까웠었지요. 지금은 이 분야에서는 일은 하지 않고 있으니 소개는 안하겠습니다. 당시 반응이 굉장했습니다만 동료의사에게서 엄청난 비난을 받았습니다. 왜냐 하면 당시에는 외국에서도 고도비만 수술로 시행되던 수술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활발하게 시행된 나라는 아마 우리나라가 처음일 겁니다. 그런 비난 속에서도 계속 할 수 있었던 이유는 환자의 만족도가 비교적 높았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이와 같은 상황은 계속되기 어렵습니다. 시대를 앞서간다는 것의 가장 큰 단점은 우군이 없다는 겁니다. 우리 편이 없고 온통 적뿐이라는 겁니다. 그래도 계속 이기면 되지 않느냐? 그렇지요. 그렇게 된다면 문제되지도 않았을뿐더러 시대를 앞서갔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그분야의 선두주자라고 하는 말이 더 어울리지 않습니까? 그런데 아무리 강력한 군대라고 해도 전쟁마다 승리하지는 못합니다. 현실적으로 연전연승 무패로 처음부터 계속하는 경우는 스포츠에도 찾아 볼 수 없습니다. 실수 할 수 있고 있고 확률적으로도 규모가 커지면 몇가지 문제는 필연적으로 발생되거든요. 그때 우리 편이 없으면 조그마한 일임데도 불구하고 파상 공격을 받습니다. 그 당시 시대를 앞섰던 소매절제술은 1년 정도 순항을 계속하던중 결국 암초에 걸려 좌초되고 맙니다. 의료사고 이었는데 대부분의 의사들이 피해를 입은 환자편에 서있었기 때문에 수많은 의사들의 편견에 의한 비난과 곁들인 언론의 보도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병원을 접게 됩니다. 당시분위기는 그것 봐라 예상되었었던 사고다. 결국 잘못된 의술이 문제였다 등등 완전한 마녀사냥 수준이었지요. 이런 사실을 생생하게 옆에서 지켜 보았던 저는 굉장한 충격과 함께 큰 경험을 얻게 됩니다. 시기를 기다리는 법을 배웠지요.사실 이 수술이 인정받기위해서는 다른 여러종류의 수술의 단점을 경험하고 위험성이 적은 수술을 찾으려는 노력을 하면서 나타나야 하거든요. 소매절제술은 안전성을 기반으로 그중 효과적인 수술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다른수술로 인한 뼈아픈 경험이 없이는 인정 받을 수 없는 수술 이기도 합니다.

이제 본론입니다. 저에게 여러 환자분들이 질문하기를 SAPE 수술은 이론도 확실한 것 같고, 수술한 환자도 좋아하고 수술 할 본인도 좋을 것 같은데 그렇다면 사회의 반응이 너무 조용한 것 아닌가? 뭔가 이상하다고 묻습니다. 앞의 소매절제술의 경우와 비슷합니다. 너무 앞서지 않기 위해서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씀드려도 될 것 같습니다. 이정도면 잘난 척도 굉장한 수준이라고 감탄하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이제는 기다림의 시간이 거의 끝나가는 것 같습니다. 현재 어떤 적절한 시기가 가까워지는 느낌이 있습니다. 자세히 말씀드리자면 이제 슬슬 제 수술이 어떻게 효과적인가 하는 이론을 뒷받침하는 논문들이 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어떤 내용의 논문인가 하면 제가 SAPE를 고안할 때 고민해서 만들었고 이것을 어렵게 인용하였던 그 기전에 대한 논문이 외국에서 출판이 됩니다. 몇가지가 있는데 이것을 다 종합하여 절충하면 SAPE라는 모델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론적 배경없이는 이해가 안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간단히 내용을 말씀드리면 십이지장을 완전히 우회하지 않고 남겨두면 조그마한 부분의 십이지장 조직이 발판이 되어 다시 새로 연결한 소장으로 세포가 넘어가서 십이지장화 되어 재발에 관여한다는 기전에 대한 근거, 그리고 음식이 전혀 접촉하지 않는 소장이 200 센티가 되어야 당뇨병 치료효과가 강력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가정에 대한 근거가 대표적인 기전이거든요. 결국 SAPE에 적용한 핵심 기전의 근거가 실험에 의해 증명되었고 이제야 근거에 의한 논문이 나온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이러한 새로운 기전을 종합하여 구조를 만들면 자연히 SAPE라는 형태가 만들어 지게 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이정도 분위기가 만들어 졌을 때 나는 3년 전부터 이와 같은 기전을 배경으로 한 SAPE를 시행해 왔었다.” 라고 발표를 하거나 논문을 제출하면 공감대가 만들어 지겠지요. 제일 가까운 발표는 이번 920일 경 소공동 롯데 호텔에서 개최되는 2019년도 대한비만대사외과학회 주관의 국제 학회입니다. 이때 새로운 술기로 발표가 있습니다. 한번 지켜봐 주십시오. 제 말이 틀리는지 맞는지. 저도 예상하기가 어렵네요. 왜냐 하면 기존의 이론과 다른 새로운 이론이 발표되고 인정되기 까지는 굉장한 어려운 과정이 있거든요. 좀 지나기는 했지만 EBS 방송에서 장하석 교수의 과학 철학을 만나다라는 시리즈 강의 중에서 네 번째 과학혁명이라는 강의를 보면 재미있게 설명이 되어있습니다. 한번 지켜봐 주십시오. 어떻게 진행 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