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주메뉴바로가기 홈페이지정보바로가기

HOME > 허경열 칼럼

TELEPHONE 010.2418.0119

제목

기운나게 하는 식품

작성자명허경열
조회수900
등록일2020-04-13 오전 10:28:15

기운 차리는 약

 

수술 후 당화혈색소가 갑자기 오르는 환자가 간혹 계십니다. 원인은 안 물어보아도 뻔합니다. “요새 갑자기 기력이 떨어져서 아무것도 못 하겠다고 하시면서 건강식품을 조금 먹었다. 먹은 지 일주일도 안 된다. 그게 당화혈색소를 올릴 수 있느냐? 어떻게 된 게 수술하기 전보다 훨씬 기운이 없다.” 마지막 말이 정말 섭섭하게 느끼는 경우입니다. 진짜 내가 왜 이 수술을 시작했을까 생각을 하게 만드는 환자분들의 생각 없는 말이지요.

왜 그런 말을 하시나 생각해 보니 제가 그렇게 건강식품 드시지 말라고 이야기했는데 거짓말하기는 좀 그렇고, 핑계가 있어야 하는데 딱히 생각나는 말은 없고 저한테 싫은 소리 듣기 싫기도 하고 그래서 하는 말씀이겠거니 합니다. 처음에 그런 말 들을 때는 나도 화가 났기 때문에 큰 소리가 오가곤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아주 잘 넘기는 요령이 생겼습니다. 그 요령을 알려달라고요? 그건 안되지요. 그게 어떤 괴로움 속에서 생긴 비법인데 그걸 노출합니까?

어쨌든 당뇨를 앓고 계시던 분은 자기가 지켜야 할 무엇인가를 위반한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사람의 인내도 한계가 있을 수 있고 원래 의지가 약할 수도 있고, 어쨌든 이런 이유는 한가지입니다. 보상심리입니다.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고 자신과 약속도 했는데 어느 날 이게 깨진 겁니다. 못 참은 거지요. 그냥 진탕 먹어버렸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후회합니다. 그래서 이것을 보상하기 위하여 인터넷을 뒤적거립니다. 그런데 마침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끝내주는 식품이 있는데 이것은 약이 절대 아니고 먹는 식품이라 마음껏 먹어도 문제가 없어. 나도 먹고 있는데 정말 좋아라고 하면 당장 가져오라 할 겁니다. 자기가 마음속에 잘못해서 몸이 나빠질 수 있을 것이라는 걱정을 단숨에 없애주고 편안한 마음이 되돌아 왔습니다. 아니 그런데 진짜 기운도 나네요? 이런 걸 왜 이제 알려줘? 상자로 가지고 와!!!

대충 이런 이야기입니다. 이해하는데요. 그래도 저한테 수술 잘못해서 그렇다는 말씀은 하면 안 됩니다. 정말 참기 어렵거든요? 요새는 거의 없는 일이지만 새로 시작하려 하니 옛날 아픈 추억에 멈칫하네요.

우리가 무엇인가 잘되고 있다. 힘이 나는 것 같다. 머리가 깨끗해 졌다. 라는 느낌이 들게 하는 식품이 건강식품입니다. 만약 당장 효과를 못 느끼면 팔리지 않습니다. 그래서 특징은 건강식품이나 몸보신을 위한 것은 거의 모두 이런 느낌을 빨리 느끼게 합니다. 그런데 이런 느낌은 어디서 올까요? 그 식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는 몰라도 이런 느낌을 유발하는 기전은 몇 가지 되지 않습니다. 일단 신경안정제도 그런 느낌을 줄 수 있고 신경전달물질 중에 도파민, 에피네프린 등 흥분제 계통이나 유사 약품, 그리고 가장 흔한 것이 호르몬제제입니다. 우리 몸에서 분비되는 모든 호르몬은 인슐린과 반대 작용을 한다고 보면 됩니다. 갑상샘 수술 후에 쓰는 티록신, 중년 이후 여성에게 갱년기에 쓰이는 에스트로젠 등도 마찬가지고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부신피질호르몬 중 코르티솔이 있는데 우리가 보통 스테로이드라고 부르는 것으로 정형외과에서는 뼈 주사로 알려져 있고 한방에서 많이 쓰는 감초에도 비슷한 구조로 비슷한 작용을 하는 물질이 많이 있는 부신피질호르몬이 있습니다. 영어로는 well being sensation. 무엇인지는 몰라도 잘되고 있는 느낌 혹은 잘 있는 느낌 정도로 알면 됩니다. 그런데 이 호르몬 계통의 약은 혈당을 엄청나게 올려줍니다. 그래서 일시적으로 몸에 기운이 나는 것 같은 느낌은 있는데 오래 지속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한 번 더 먹어보자 이렇게 하다 보면 연속해서 많은 양을 복용하게 되는 겁니다. 신체에 기운이 나게 하는 약은 없다고 보아도 됩니다. 그리고 앞에 열거한 대부분의 물질은 혈당을 올리는 작용을 합니다. 그리고 우리 신체에서 분비되는 모든 호르몬은 혈당을 올린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물론 인슐린만 빼고요.

생각해 보면 이런 현상은 과거 우리나라가 잘 살지 못했을 때 머리에 각인되어 대를 이어 내려오는 생각이 주된 것 같은데요. 그때는 당뇨병이 거의 없었겠지요. 먹을 것도 풍족하지 못했겠지만 먹어 봤자 현재의 당뇨식 일 테니까요. 옛날에 우리 조상들의 식단을 보면 완벽한 당뇨식입니다. 나물에 보리밥 김치 등등 그러니 당뇨가 적을 수밖에요. 그래서 인슐린보다는 혈당을 올리는 무엇인가가 있다면 몸에 좋았을 겁니다. 그때는 그랬을지언정 지금은 완전히 반대입니다. 인류가 살아오면서 이렇게 먹을 것이 풍족한 시대는 없었으며 이것도 100년 정도밖에 안 되었다 합니다. 그런 이유로 환경이 바뀌었는데 몸과 마음은 따르지 않는 현상이겠지요.

아무튼 저희 수술은 근본적으로 당뇨를 치료합니다. 바뀐 환경에 몸을 맞추어 주는 수술입니다. 그래서 더 필요한 것은 없어요. 그냥 평소 먹는 것만 잘 드시면 되고 그다음은 기다리면 됩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앞으로 계속 칼럼을 계속 쓸 예정입니다. 이번 코로나 사태가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이런 위기를 잘 넘기고 나서 우리가 할 일은 살아있는 동안은 좋은 삶의 질을 유지하도록 해 주는 것 아니겠습니까 ?

그리고 제가 말씀드린 것은 건강식품이나 보약이 무조건 몸에 좋지 않다고 말 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해 하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제가 말씀드리는 것은 저에게 수술받은신 환자분만 해당하는 사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