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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시대의 아이러니 “베리아트릭”

작성자명허경열
조회수1054
등록일2014-10-30 오전 11:28:29

최근 많은 사?람을 슬프게 하고 놀라게 하고 분노까지 이르게 한 희대의 사고가 터젔다. 마왕 신해철 씨의 죽음이다. 이 뒤에는 베리아트릭 이라는 아직은 생소한 단어가 숨어있다. 정말 나는 신해철 씨의 죽음과 베리아트릭의 연관성에 대하여는 전혀 아는바가 없다. 알고 싶지도 않다. 그러나 이 안타까운 사고를 접하고 느낀점이 많다. 사실 나는 이사고의 정황에 대하여 아는바가 없다. 그러나 베리아트릭이라는 수술에 대하여 숙지하고 있는바 이를 접하고 안타까운 현실이 기가 막힐 뿐이다.

   

요새 어르신들을 비롯한 많은 사람은 베리아트릭이 도대체 무슨 용어인지조차 모른다. 나는 1959년 생이다. 조금은 구세대로 볼 수 있겠지.

   

나는 옛날 어릴적 생각을 할 때면 기억에 남는 어른들의 말씀이 있다. 먹는 음식 남기지 말라는 것이다. 굶는 사람도 많은데 어디 음식을 버려...어른들의 말씀이다. 먹기 싫어도 다 먹어야 했다. 밥풀도 남기지 말아야 했다.

이 시대의 젊은이들은 밥풀이라는 단어조차 알고 있을까?

기억에 1960년대 인가? 우량아 선발대회라는 것이 있었는데 어렴풋이 기억나는 것은 아기들을 체중계에 달아보고 키재고 신장에 비하여 몸무계가 많이 나가는 아이를 우량아로 선발했던 것 같다.

지금은 코메디 프로그램에서나 나올 수 있는 이야기다.

너무 빠른 경제 성장은 많은 문제점을 유발한다. 전혀 예측 하지 못했던 부작용이 따른다. 고도비만은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이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은 기본욕망을 갖는다. 이욕망은 주변 환경에 의하여 유발, 촉진되기도 한다. 식욕과 성욕은 타고난 기본욕망 중 생존과 종족의 번식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욕망의 특징은 주변 환경에 굉장히 예민하다. 첫 번째 떠 오르는 문제는 AIDS, 두 번째 는 고도비만이다. 많이 먹어 비만해지면 먹을것이 없을 때 에너지 원으로 사용할 수 있는 비상 에너지가 된다. 그런데 요새는 이런 굶주림의 비상상태는 없다. 그러니 창고만 터지게 기름만 축적이 된다.

이런 상황에 대하여 비판적인 어른들이 대부분이다. 이해가 안되는 점이 한 두개가 아니다. 그게 왜 자제가 안되고 그게 왜 병이고 왜 그 때문에 돈을 써야 하느냐?

그런데 이런 집단의 특징은 부유한 계층은 거의 없다는 거다. 그런데 왜 저렇게 많이 먹고?

그건 자기 관리할 시간도 없이 바쁘다는 뜻이겠지.

자신에게 솔직해 보자. 누구 한명도 앞에 놓인 음식을 보고 식욕과 전쟁을 안해본 사람이 있을까? 여기서 한 두 번 패하고 나면 오기로 전력을 가다듬고 다시 도전 한다. 굉장히 쉬울 것 같다. 배가 부를 때는.... 다시 완패하고 다음을 기약하며 이번이 마지막으로 생각하며 더 먹게 된다. 이게 거듭되면 고도비만이다.

요새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어떤 나쁜 병이나 암에 걸려 산속에서 먹거리를 자체 해결하면서 건강함을 자랑하는 사람이 꽤 많은 것 같다. 거기서 나는 어떤 병에 걸렸는데 완치되었다. ~이 좋아졌다. 등등...

우리 의사들이 보는 완치는 좀 다르다. 빠른 사회 생활로의 복귀다. 그런데 산사람이 도시로 내려 오면 몇일 못가서 문제가 재발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

결국 먹거리의 문제인데 이건 원래 본능이다. 본능을 억제시키는 수술은 저 옛날에 환관에게나 하던 수술아닌가?

그래서 베리아트릭수술은 아이러니한 수술이다. 보통 위암 수술하고 잘 먹을 수 있으면 굉장히 훌륭한 외과의사로 본다. 근런데 베리아트릭수술의 경우는 잘 먹게 되면 이건 실패다.

그래서 수술 후 어떤 방법으로든 고통은 반드시 온다.

나는 요새 이 수술을 하지 않는다.

나는 국내에서 처음 이 수술을 시작한 group 이다. 조금하다가 고만 두었다. 환자 한명이 어느날 찾아와 엄청나게 화를 내는데 그 이유는

왜 내가 어제 저녁에 밥을 많이 먹었느냐? 이다.

이것이 과연 욕 얻어먹을 일인가?

이때 이건 아니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모순이 어디 있을까?

   

나는 요새 당뇨병에 아주 푹 빠져산다. 외과의사가 당뇨병? 이것도 좀 이상하지만

우연히 베리아트릭수술 중 몇가지 방법에서는 체중감소와 관계없이 당뇨환자의 체중을 정상화 시키는 현상이 발견된 후로 연구가 진행되었다.

   

정말 신기하게 잘 먹으면서 혈당이 좋아진다. 수술도 안전하다. 환자는 바로 좋아진 condition을 느낀다. 몸이 가볍다. 피곤하지 않다. 잘잔다. 즐겁다.

이 수술은 정말 의사가 할 수술 같다. 환자가 괴로워 하는 모습을 보면서 수술의 성공을 기뻐하는 것 보다는 비교가 안되는 것 같다.

그런데 좀 어렵다. 재미는 있는데 내분비학은 정말 끝이 없는 것 같다. 공부도 하랴 수술도 하랴 내몸이 괴롭구나. 이런 수술을 대사수술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제 좀 알게된 것 같다.

환자들의 변화가 예상과 들어 맞는다. 너무 좋다.

10시에 집에가고 5시까지 병원 와서 이런저런일 하고 시간날때마나 논문 찾아본다. 이제는 생활이 되어 그리 힘들지 않다. 교통체증이 없어 너무 좋다. 술 안먹어서도 너무 좋다. 단지 가족들과 같이 있는 시간이 적은 것이 좀 아쉽지만 그런데로 괜찮다. 나는 고3 때도 이렇게 공부한 것 같지 않다.

   

다시 베리아트릭으로 돌아가면, 이게 이 시대에는 필요한 수술은 맞다. 미국에서 발표된 재미있는 논문에 따르면 베리아트릭 수술로 사망하는 수 보다 이 수술이 밀려 있어서 기다리다 사망하는 사람이 더 많다. 비만의 합병증은 말도 못하게 많다. 질병의 양상이 바뀐다. 못먹고 굶줄일때는 감염이 많았다. 이제는 비만에 의한 면역질환도 많다. 물론 비만자체도 염증이다. 비만은 암과도 관련이 있다. 물론 대사질환이 중심에 있지만...

요새는 만병의 원인이 비만인 것 같다.

과거 몇 십년전만 해도 참 생각도 못했던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