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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국제학회 그리고 검증의 시작

작성자명허경열
조회수767
등록일2018-04-04 오전 11:32:16

마지막 칼럼을 쓴 지 꽤 오래되었습니다. 김하은 전담 선생한테 혹시 무슨 일 있냐고 물어보신 분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큰일은 없었고 중요한 학회가 있어서 그것 준비하랴 수술하랴 바쁘긴 했습니다. 저는 SAPE 말고도 하는 수술이 많이 있어서요. 간 절제, 췌장 수술, 탈장 수술, 다빈치 로봇 수술 등 정말 많네요. 그래도 제일 관심 있는 분야가 당뇨 수술입니다.

이번 학회는 사실 굉장히 부담스러운 학회였습니다. 이제 저의 수술이 본격적인 검증에 들어가거든요. 이제까지 수술받으신 분들은 본인께서 직접 수술을 결정하신 분들입니다. 내과 의사 선생의 추천이나 의뢰로 저에게 소개된 분은 아직 없습니다. 사실 같은 분야의 외과 의사들도 잘 모르는 수술인데 내과 의사 선생이 알 수가 없지요. 내분비를 전공하시는 내과 선생님께 SAPE 수술을 받겠다고 하면 큰일 날 소리라 할 겁니다. 어떤 의사 선생님은 과거에 다른 병원에서 전혀 다른 수술 후 사고 난 경우를 예를 들어가며 말리는 선생도 있었답니다. 그런데 사실 내과에서는 고혈당 증에 대한 제대로 된 치료를 하지 못하는 실정이고 점점 악화하는 것을 당연한 현상으로 설명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치료에 대하여 왈가왈부할 처지는 아닌데 말입니다.

또 서론이 길어졌네요. 본론으로 들어가면

수술을 원하는 환자분들이 많아지고 소문이 나게 되면 자연히 치료의 기전에 대한 검증이 이루어지게 됩니다. 더욱이 당뇨병 환자가 급증하고 있고 딱히 치료법이 없는 현실에서는 더욱 관심이 커지게 될 수밖에 없고 결국, 확실하고 객관적인 치료 기전을 설명할 수 있는 이론적 배경이 있어야 합니다. 이번에 참석한 학회는 비만과 당뇨를 외과적 수술로 치료하는 외과 계열의 학회지만 외국의 경우는 학회에 참가 하는 사람의 반 이상이 내과나 가정의학과 전문의입니다. 그만큼 관심이 많고 근본적 치료를 위해서는 분야를 가리지 않고 연구한다는 점이 본받을 점인 것 같습니다.

보통 학회에서 발표는 공통적인 분야로 세분하여 4~5명씩 분야별로 발표를 합니다. 10분씩 해도 한 시간이 소요되거든요. 그런데 같이 발표하는 5명의 의사 중 당뇨병의 세계적인 권위자가 2명이나 포함된 겁니다. 다섯 명 중에 외과 의사는 2명이고 3명이 내분비내과 전문의, 세계적인 권위자. 말하자면 가장 나중에 검증을 받아야 할 사람들에게 제일 먼지 검증을 받는 격입니다. 검증의 시간이 굉장히 앞당겨진 겁니다. 사실 수술을 시작한 지 2년이 지났고 경과가 좋고 수술에 의한 문제도 없어서 걱정할 것은 없었지만 이해를 시키지 못하면 논쟁거리가 될 수 있거든요. 더구나 10분이라는 부족한 시간으로 그것도 영어로 이들을 어떻게 이해시키느냐 하는 게 고민거리였습니다. 커밍스라는 선생 ( Davis E. Cummings ) 은 내과 내분비 전문의인데 당뇨병은 수술로 치료하여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을 가진 의사이며 수술을 직접 하지는 못해도 수술의 이론적 배경에는 선두주자입니다. 우리나라에도 몇 번 초청됐지요. 비만학회나 내분비학회에서 초청해서 특강을 몇 번 했고 저도 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번 발표 역시 당뇨 수술의 기전에 대한 것으로 새로운 연구결과인데 이게 제가 2년 전 SAPE를 고안하고 실행하기 전부터 알고 있던 것인데 그것을 이제야 발표하는 겁니다. 물론 굉장히 어려운 실험을 통한 완벽한 증거와 함께 발표하는 겁니다. Cummings가 첫 번째로 강의했으니까 당연히 제 수술의 보충설명 격이 된 것이지요. 그래서 제가 발표할 때 굉장히 놀라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자기 나름 새로운 것을 발견하여 이것을 임상에 적용하려 하는데 다른 나라에서 그것도 2년 전부터 시행을 해서 좋은 결과를 보였다고 하니 놀랄만하지요. 끝난 뒤에 축하한다는 말도 듣고 몇 가지 논의도 했는데 왠지 좀 어두워 보였습니다. 생각하면 그도 그럴 것이 항상 앞서가던 사람이었고 언제나 가르쳐 주는 처지이었는데 추월당한 느낌 같은 것이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른 선생은 싱가포르에서 내분비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는 여선생인데 (Kwang-Wei Tham) 아시아권에서는 최고로 치는 내과 의사입니다. 이 선생님도 우리나라에서 특강을 몇 번 했지요.

공부 좀 하는 내과 선생님들은 이름만 들어도 아는 분들입니다. 그러나 반응은 비슷했고요. 어쨌든 첫 시험은 무난히 통과되었고 이제 본격적인 검증이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걱정되는 것은 반대를 위한 반대, 트집 잡기 등등 그런 것입니다. 잘 알지 못하는 의사나 정말 자기 영역을 무조건 지키려는 경우가 제일 어렵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fact이기 때문에 결국 동의하게 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봅니다. 사실은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리 홍보도 하지 않습니다. 다른 수술도 많이 해야 하므로 바빠서 그런 이유도 있지만 구태여 무리할 필요가 없거든요.

사실 이렇게 이슈 (issue) 화하기를 기대하기도 했습니다. 이 치료법에 대하여 무조건 생각할 필요도 없다고 하면서 묻어버리려는 시도도 보았거든요. 그래서 조용히 그냥 제 환자 수술하며 결과를 축적하면서 대비하려 했는데 아무튼, 앞으로 좀 토론이 이루어졌으면 합니다. 그리고 긍정적인 태도로 이 치료를 평가할 수 있는 여유가 좀 다른 의사 선생님들에게 있었으면 합니다. 그건 그렇고,

마무리하기 전에 알려드려야 할 것이 있네요. 여러분이 제일 궁금해하는 지금까지의 수술의 결과입니다. 한마디로 기대 이상입니다. 벌써 많은 분이 약 없이 정상이 되었고 가장 걱정하시는 수술에 의한 합병증도 아직 한 예도 없이 70 명정도 수술받으셨고 예약도 많이 되어있는 것이 현재 상황입니다. 한 가지 더 보충하면 올해 후반기부터 일부 고도비만수술이 보험 적용됩니다. 그러나 제가 하는 당뇨 수술은 아직 아닙니다. 아직 당뇨병에 대하여는 수술치료가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알려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어쨌든 여기까지로 줄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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