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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다른 의사들이 제일 궁금해 하는 것 (속편)

작성자명허경열
조회수1311
등록일2017-11-06 오전 2:06:35

다른 의사들이 제일 궁금해 하는 것 (속편)

 

시간 있을 때 전에 쓴 칼럼을 읽어 봅니다. 2009년 당뇨수술이라는 것을 시작한 이래 130여개의 칼럼을 썼습니다. 하나도 고치지 않았고 몇 년 전에 홈페이지 renewal 할 때도 다 옮겨 놓았거든요. 지금 보면 참 한심한 것도 많네요. 그래도 기본 틀은 바뀐 것이 없습니다. 한번 보시면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아요. 그리고 온라인 상담은 800 건이 조금 모자라네요. 그 중에는 정말 낮 뜨거운 질타도 있고. 하나도 지운 것 없이 그대로 있습니다. 당뇨수술의 역사(?) 라고 생각합니다. 저에게는 정말 중요한 기록입니다. 지운 것이 있기는 있네요. 중간에 비아그라 선전한 것은 지웠습니다. 정말 그런 것 올리지 말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읽다 보니 다음에 쓰겠다고 해놓고 잊은 것이 있네요. 먼저 제일 가까운 게 134번 다른 의사가 궁금해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연속해서 말씀드릴 게요.

당뇨병치료를 위한 십이지장공장 우회술에서 두 가지 집단으로 양분된다. 그런데 결과가 좋다. 혹은 임상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 promising 즉 희망적이다. 등등 긍정적으로 결론 지은 논문과 부정적인 결론, 그러니까 임상적 적용에는 더 많고 오랜 기간의 추적을 한 증거가 필요하다, 십이지장공장우회술은 비만한 쥐에서 인슐린저항성을 개선하지 못한다. 당뇨병에 대한 이 수술의 결과는 중간정도(moderate)라고 할 수 있다. 우회술에서 당뇨가 개선될 수 있는 가능성은 GLP-1의 증가다. (사실 결과는 나빴지만 그동안 가능성이 있어 왔던 이유는 요것 때문인 것 같다. 라는 말입니다.) 아직 임상적용은 위험하다고 보인다. 등등의 결론은 전부 부정적 인데 이를 애매하게 덜 극단적으로 표현한 말 장난입니다.

그래서 양쪽을 나누고 이들의 공통된 차이를 조사 했습니다. 전에 말씀드렸듯이 유문괄약근을 살리느냐, 아니면 우회 시키느냐 이 두 가지가 확실한 차이였는데 이것은 다시 말해 십이지장조직이 영양분과 닿게 되느냐 아니면 전혀 닿지 않느냐는 두 가지 구조로 설명이 됩니다. 유문괄약근은 위장의 근육이 비후된 것이라 위에 속합니다. 그런데 이것을 살리려면 십이지장을 조금 붙여서 절단해야 되거든요. 그런데 이상한 것은 굉장히 적은 부분만 붙어있게 됩니다. 2~4 정도입니다. 너무 짧아요. 그래서 결과가 좋지 않은 쪽 논문에서 구체적으로 무엇이 나쁜가? 확인해 보니 6 개월에서 9개월 검사부터 재발이 됩니다. 전부 말이지요. , 요것 봐라!

무엇인가 수술 후에 없어진 것이 있는데 점점 다시 생기나 보다. 그런 생각으로 찾다 보니 소장점막상피의 재생기전, 그리고 수술 후에 장이 짧아진 우리 몸이 많은 영양분을 섭취하기 위하여 점막의 상피가 과다 증식되는 두 가지 원리가 눈에 들어왔지요. 뭔 말인가 하면 소장의 점막세포는 4가지가 있는데 워낙 외부의 음식물과 접하다 보니 금방 손상을 받습니다. 그래서 우리 몸에서 제일 재생이 빨라요. 5일 이내에 새것으로 바뀝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한 세포가 떨어지며 자기의 후손을 그 자리에 생기게 하지 않고 주변으로 이사를 시킵니다. (이유는 복잡해서 뺄 게요) 그래서 5일 만에 주변의 다른 용모로 옮겨진 것으로 보이게 됩니다. 그런데 우회술을 하면 새로 연결 한 소장부터 과 증식이 제일 많이 됩니다. 그러니까 절단된 십이지장에 붙인 소장의 내경이 넓어지고 융모가 길어지고 굵어집니다. 그래서 이사 가던 후손이 자손을 양산하게 됩니다. 우리나라에도 50년대에 베이비붐 현상으로 콩나물 교실에서 2부제 수업을 받던 과거와 같이 굉장히 증가가 빠른 거지요. 그래서 십이지장이 남아 있다면 그 아래쪽은 점점 다시 십이지장화 된다는 증거를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재발하는데 6개월에서 9개월이 걸리며 이기간이 다시 증식되는 기간이 되는 겁니다. 다른 증거도 정말 많지만……. (생략)

그런데 원인은 알았다 치고...... 해결책은?

유문 괄약근은 위장점막이 확실한데 바로 붙어있는 십이지장이 문제인 겁니다. 그런데 해결책이 있었지요. 유문괄약근과 십이지장의 연결부위를 자르고 그 곳에 공장을 붙여주는 겁니다.

그런데 괄약근을 굉장히 운동을 많이 하거든요. 정말 상식적으로 거기에 소장을 붙이면 제대로 붙어 있을 것 이라고는 상상이 안 됩니다. 그런데 정말 뜻밖인 것은 제가 다른 수술에서 그런 방법을 써오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췌장암수술이 있습니다. 췌장의 앞쪽에 암이 생기면 십이지장을 같이 제거합니다. 이때도 유문괄약근을 보존하는 것이 수술 후 삶의 질을 보장하는 방법인데 저는 그 경계를 자르고 거기에 소장을 붙이는 방법의 경험이 200건 정도 있었습니다.

정말 결과가 좋거든요. 하나의 문제도 생기지 않았어요.

그런데 이것을 사용하면 재발이 없을 것 같은 확신이 들었지요. 그 다음날 당장 적용했습니다.

그래서 단일문합유문소장 문합술이 탄생하게 됩니다. 영어로 Single Anastomosis Pyloro Enterostomy, SAPE 가 됩니다. SAPE safe(안전)과 비슷하지요? 이름 좋습니다.

2년이 지난 지금 결과는 예상과 전혀 다르지 않습니다. 이게 우여곡절 끝에 SAPE가 탄생한 역사입니다. 재미있지요? 참 제가 생각해도 저는 운이 좋은 의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