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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학술대회를 끝내고

작성자명허경열
조회수827
등록일2016-09-05 오전 2:34:12

92일 세계비만대사 학회에서 발표를 했습니다. 외국의 유명한 선생도 너무 많이 왔고 (제가 느끼기에는 비만대사치료를 이끌고 있는 세계 정상의 석학이 거의 다 모인 것 같습니다. 대사수술말고 내분비나 가정의학계통 혹은 기초학을 하시는 선생들 이지요) 캐나다의 드러커, 키에퍼 등 정말 유명한 논문을 장식하는 스타들의 공연장이었는데 대한비만학회에서 어떻게 그렇게 유명한 선생들을 한자리 한 시간에 모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어찌 되었던 제 나름 긴장도 되고 학회가 내내 영어로 진행되기 때문에 발표와 질문역시 영어로 하게 되어 부담스러운 학회입니다. 저는 그럭저럭 영어는 되는데 이게 토론이 되고 깊이가 있어지면 정말 괴로워지거든요. 그래서 며칠 준비를 꼼꼼히 했습니다.

 

결과요? 발표 잘 했지요. 잘 된 발표란 제가 만족하는 발표가 되었을 때 저는 정말 기분이 좋습니다. 그런데 반응이요? 싸늘했습니다. 자랑이 될 수도 있습니다만 저는 2000년부터 탈장분야와 대사수술분야에 대하여는 국내외 발표를 많이 했습니다. 나름 인기 있는 연자로 인정 됩니다. 20분 발표하는데 1주일을 밤새고 소리 내어 연습하기 때문에 목은 목대로 아프고 정말 심혈을 다합니다. 녹음해서 들어 보면서 시간까지 맞추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겁니다. 학회 당일은 새벽에 식구들이 다 일찍 일어납니다. 하도 시끄러워서 잠을 못잔데요. 특히 5시경에는 정말 동네 창피 하답니다. 약간 과장했지만 정말 정성을 쏟아 붇는데 인기 없으면 되겠습니까?

 

TV의 뉴스앵커나 기상 예보 안내 하는 여성 앵커들 보면 연습을 얼마나 하는지 짐작이 갑니다. 목청을 틔워 놓아야 되거든요. 한 때 잘 한다 싶을 때 발표 전 날 한잔하고 늦게 까지 놀아 본적이 있어요. 그 다음날 완전히 망쳤습니다. 저는 잘하면 아주 잘했다는 평을 듣지만 못하면 정말 부끄러울 정도로 망칩니다.

 

남들이 말하길 그렇게 많은 발표를 했고 때마다 잘 하는데 뭘 고민하느냐고 하지요. 죽을 지경입니다. 발표하면서 청중의 눈과 자세를 보면 잘 되었는지, 청중의 관심을 집중시켰는지 알게 됩니다. 적어도 자는 사람은 없고 눈이 그야 말로 총총하지요. 기분이 좋습니다. 이 맛에 하는지 모릅니다. 이제 까지는 계속 그래 왔거든요. 그런데 당뇨 수술 한답시고 이곳저곳 불려 다니며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됩니다. 당뇨수술이라는 생소한 제목으로 강의 하다보니까 슬슬 조는 사람들이 보이기도하고 강의실에 몇 명 안보이기도 하고. 그리고 어려웠던 것이 탈장 같은 경우는 관심 있는 전문의만 오거든요. 영어를 섞어도 되고, 외국인도 몇 마디 하면 그냥 알아듣습니다. 그리고 슬라이드에 영어를 다 적어두거든요 그래서 탈장 발표 때는 청중이 그냥 편히 앉아서 화면만 보고 있으면 슬슬 들어오지요. 이제 탈장분야는 그만 접었습니다. 더 발전하기 어렵고 (기술적으로 갈만큼 갔다는 겁니다. 이제 접을 때가 됐거든요) 발표는 정중히 거절 합니다. 말은 이렇게 하지요. “이제 젊은 선생들에게 넘겨 줘야지요...”

 

이야기가 또 다른 길로 빠졌습니다. 엊그제 발표이야기를 다시하면 정말 처음 분위기부터 좋았습니다. 외국에서 비만, 대사 수술하는 하는 선생들도 왔기 때문에 반갑게 인사도 하고 hug, 살짝 껴안아 보기도 합니다. 왜 그러는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굉장히 반가운척들 합니다. 저도 자연히 그렇게 하게 되더라고요. 최근 들어서 제 발표가 인기가 좀 있습니다. 불과 5년전만해도 정말 챙피할 정도 였는데.. 많이 발전 했습니다.

오늘도 재미있는 발표, 인상적인 발표 부탁해요하면서 악수 하고 농담도 하고 그러다 발표를 했습니다. 발표 중에 청중을 보니 정말 화면으로 끌려 들어오는 듯이 집중하고 있더라고요. 되었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또 칭찬받겠군. 하며 끝나고 몇 마디 확인 작업을 들어갔습니다. 보통 여기서 fantastic, perfect scenario, amazing등 의 말이 나오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그날은 왠지 분위기가 너무 너무 차가운 겁니다. 전에 우리나라에서 발표 했을 때와 비슷한 분위기더라고요. 그래서 저녁 먹을 때 물어보았습니다. Did you understand what I am talking? 이해가 갔었느냐고 물었더니 잘 이해했다 하더라고요.

 

긴장된 분위기……. 아시겠습니까? 제 말이 정말이라면 당뇨수술, 마른당뇨수술은 거의 끝으로 치닫고 있거든요. 할 일이 없어지는 거지요. 한편 믿어지지도 않을 수도 있고. 어떤 분은 이해를 못하고 있더라고요. 정말 힘드네요.

 

전에 칼럼에 쓴 것 같은데 이 수술을 좋아하는 사람은 환자 밖에 없습니다. 정말 관심 있는 사람은 당뇨를 앓고 있거나 가족 중 한분을 당뇨병 합병증으로 돌보았던 경험이 있는 분 이런 분들입니다. 어떤 분들은 의사보다 훨씬 많이 이해 하고 계십니다. 인터넷의 영향이 굉장히 큽니다. 정말 구글이 세상을 바꾸고 있는 것을 실감합니다. 한 발짝 물러서서 이 현실을 보게 되면 당연한 일이고 나에게는 굉장히 영광스런 상황이 맞는데 왠지 시원섭섭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