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주메뉴바로가기 홈페이지정보바로가기

HOME > 허경열 칼럼

TELEPHONE 010.2418.0119

제목

당뇨병의 수술치료의 문제와 돌파구

작성자명허경열
조회수1588
등록일2016-09-15 오후 6:36:11

지금부터 약 20년 전인 1995년 월터 포리에스 박사는 누가 생각이나 했겠느냐?”(Who would have thought it?) 이라는 독특한 이름의 논문을 발표하며 고도비만 환자에게 위우회술을 시행한 경우 살이 빠는 것 이외에 당뇨가 좋아지는 다른 기전이 있다는 사실을 이야기 했다. 그러나 당시 그것이 확실히 무엇인지 알지 못했으나 기존에 알려진 인크레틴이 작용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기술 한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2005년 루비노 박사는 상부소장이 영양분(흡수 가능한 영양분, 소화된 것)과 접촉하면 어떤 물질이 분비되는데 이것이 과도하게 분비될 경우 당뇨병이 생긴다는 사실을 동물실험을 통해 발표했다.

이 논문은 그 뒤로 당뇨병의 수술적 치료 연구의 계기가 되며 그 후 10, 그러니까 현재 까지 수많은 연구가 이루어지며 새로운 모양의 우회술이 개발되었고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수많은 임상적용에도 불구하고 미국 식품의약국에서 당뇨병의 수술적 치료법으로 정식 인가 된 수술은 아무것도 없다.

당뇨병은 어떤 방법을 이용하더라도 현재까지 합병증의 발생을 늦추어 주는 것이 외에는 그이상의 치료법은 없다. 약을 끊을 수 없다는 뜻도 된다. 그래서 치료의 의미보다 돌보아주는 의미의 원칙이 적용된다. 그러나 수술은 다르다. 관해에서 완치까지 기대할 수 있다. 실제 완치된 사람도 많다. 이렇게 좋은 치료법 인데 왜 인가가 되지 않았을까? 혹시 외과 의사들이 간과하고 있는 점이 있지 않을까?

가장 큰 원인으로 생각되는 것은 환자의 삶의 질과 안전성이 고려되지 않은 점으로 생각된다.

이제 까지 외과의사는 대부분 질병의 마지막 치료단계를 맡았다. 그래서 아군의 희생과 관계없이 종국의 승리를 위해 모든 것을 쏟아 붙는 끝판 치료를 했다. 배수진을 치고 마지막 한명의 적 까지, 마지막 한 개의 암세포까지 없애는 임무의 역할을 해왔다. 그래서 외과의사에게는 독수리의 눈과 사자의 심장, 그리고 여성의 손과 같은 섬세함과 날카로운 눈, 그리고 용맹스러움으로 수술을 해야 한다는 말도 있다. 몸에 익은 습관이 어디가나? 당뇨수술도 혈당을 단칼에 조절하려 한다. 그래서 득실을 따지면 언제나 실이 너무 크다. 삶의 질이 떨어지고 심하면 사망까지 할 수 있다. 범죄를 없애기 위해 소매치기까지 사형에 처 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아니 당뇨병 때문에 수술까지 하고 평생 장애를 않고 산다면 이것은 안하느니 못 할 수도 있다는 굉장히 간단한 사실을 염두에 두지 않는 것이 외과의사다. 물론 잘되면 큰 효과를 얻을 수 있으나 대부분 어느 정도의 후유증은 남게 되며 심한 경우도 많다.

정말 최대한 안전해야 한다. 수술 후에도 불편하지 않아야 한다. 혈당은 조절된다 해도 삶의 질이 수술로 인하여 저하되면 안 된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면 당뇨병 치료를 위한 신약은 계속 개발되고 있다. 비록 치료까지는 못가도 혈당을 낮추는 효과는 뛰어난 약이 많이 개발된다. 그러나 이런 신약이 일반 환자에게 투여되기 까지는 엄청난 노력과 시간이 소모된다. 동물실험이 끝나고 인체에 적용될 때 제일 먼저 하는 검사는 부작용에 의한 독성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다. 약의 효능은 관심 밖이다. 병의 말기 환자를 대상으로 용량의 최대치를 투여한 뒤 부작용을 관찰하고 여기서 통과해야 효능검사, 대규모 환자를 대상으로 한 2,3번째 임상시험이 진행된다. 그러나 허가 후 투약 중 어떤 부작용이 발견되면 사용이 중지된다. 시판 후 안전성검사로 4번째 임상시험이라고도 한다.

이런 원칙으로 허가를 하다 보니 아무런 수술법도 FDA의 승인을 받을 수 없다. 수술적 치료에서 아무리 효과적 이어도 부작용이 있다면 사용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고 맞는 말이다.

현재 수술 인가를 약물과 같은 잣대로 하게 되면 첫 시험에서 불합격될 방법이 태반이 될 것이다. 그래서 부작용 없는 수술을 개발하여야 한다. 수술 후에도 수술 전과 같이 먹고 생활하며 편하게 식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서 시도한 것이 지금진행중인 유문-소장 단일문합술이다.

그래도 수술 아니냐? 맞다. 수술이지만 수술 같지 않은 수술이다. 그렇지만 아무리 우겨도 수술자체가 갖는 단점은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지금까지 치료법 중에 이와 같이 강력한 효과 있었던 치료약물이 있었느냐고, 또 아무 부작용도 없는 약이 있느냐고 되묻는다면 아마 딱히 할 말은 없을 것이다.

인간은 간사한 동물이라 하는 말도 있다. 수술 받은 환자를 나중에 만나면 내가 언제 당뇨환자였는지 기억이나 하는지 모르게 행동하는 사람도 있다. 수술 전 그 힘든 모습으로 병에 지쳐 있던 모습은 간데없다. 혈당만 조절되게 되면 무엇이던 하겠다는 절실함은 커녕 아주적은 복벽의 흉터 좀 없앨 수 없겠느냐고 한다. 이럴 때 조금 섭섭하기도 하지만 이거다라는 자부심도 생긴다. 해볼만하다고 본다. 그러나 아직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고 더욱 섭섭한 것은 이해하려 하지 않고 여기에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의사도 있어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