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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ADSS (아시아 당뇨수술 회담)을 다녀와서

작성자명허경열
조회수868
등록일2016-10-30 오전 9:29:32

지난 목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대만에서 ADSS (Asian diabetic Surgery Summit)이 있었습니다.

이걸 그냥 해석하면 아시아 당뇨수술 정상회담 쯤됩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너무 거창하게 나가지 말자고 마지막을 study (연구회) 정도로 하자고 하는 말도 많았는데 이모임을 만든 선생이 처음에는 summit이 아니었을 수도 있으나 현재는 summit이 맞는다고 그냥 쓰고 있습니다.

저는 이번 7회를 맞아서 처음 1회부터 7회까지 참가한 유일한 의사가 되었습니다. 이번에는 언제나 개최를 맡고 있던 wei jei Lee 선생이 개인사정으로 참석을 못했으므로 저 혼자가 됐습니다. 그건 그렇고 이번 학회에서는 새로운 수술의 배경과 기전 방법을 아주 자세히 발표 했습니다.

이번 분위기는 정말 보지 않고는 모릅니다. 끝나고 나니 아무 말 없는 적막이 오랫동안 지속되었습니다. 저번에 국내에서 발표했을 때와 비슷하거나 더 심했지요. 오히려 제가 우스갯소리를 해서 분위기를 풀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뒤 질문이 엄청나게 쏟아지더군요.

이번에 느낀 점이 많습니다. 저는 나름 상황판단을 잘하고 처신을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일은 정말 잘못 생각했던 것 같아요. 사실 완벽한 발표였거든요. 그래서 몇 예의 수술예도 공개하고... 이제 까지는 박수만 받던 내가 왜 이렇게 되었을까? 했는데 생각해보니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사실 거기모인 모든 의사들의 수술법이 조금씩 다르거든요. 완전히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있어서 그랬을 겁니다. 그런데 이번은 거의 완벽했거든요. 결과 역시 마찬가지지만...

그동안 그 선생님들 나름 고생해서 만들어놓은 수술이 흔들리는 겁니다. 공든 탑이 무너지는 것 같겠지요. 내가 그런 입장이었어도 그랬을 겁니다. 그리 대충 끝내고 나중에 한사람씩 나타나서 개인적으로 발표 슬라이드좀 copy 하면 안 되겠느냐? 자기 수술도 바꿔야 할 것 같으냐?

라고 진지하게 물어보는 겁니다. 그제야 알았습니다. 의사세계도 굉장히 치열한 사회라는 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냥 알고는 있었으나 이렇게 가슴속에 다가 오기는 처음인 것 같습니다. 참 느낌이 묘하네요. 굉장히 친하게 지내던 의사들이거든요. 대만, 일본, 홍콩, 중국, 태국, 말레이시아 등등.. 대만과 한국 일본이 주도하던 학회이기는 했지만요. 좀 관계가 묘해졌습니다.

결론은 이미 시작한 일이고 중간에 관 둘 수도 없을 바에야 더 열심히 하렵니다. 국제적으로도 완전히 인정을 받아야 지요.

더 재미있었던 일은 그 다음날 도착해서 발표를 한 인도 친구인데, 전날 제가 발표한 내용을 듣지 못했기 때문에 전날 제가 다 설명한 것을 우리가 풀어야 할 문제라고 열강을 해서 듣는 사람들의 마음을 다시 한 번 묘하게 만들었습니다. 뭐라 말하기 어려운 기분이 어제부터 계속되고 있지만 화요일 두 분의 환자가 또 기다리고 있으니 마음을 다시 잡아야 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