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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 결과

작성자명허경열
조회수1634
등록일2016-03-06 오전 7:14:33

요새 너무 잠잠한 것 같아서 중간결과를 확인하는 뜻에서 한번 정리해 보겠습니다. 새로운 수술은 예상했던 바와 같이 성공으로 보아도 될 것 같습니다. 유문괄약근에 문합을 해도 괄약근 기능에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그래서 처음에 조금 힘들어도 1개월 정도 적응하면 수술을 하지 않은 정상인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완치로 가는 길이 열리는 것 같습니다.

 

남아 있는 문제는 기름기가 많은 음식을 섭취한 경우 기름변이 나오는데 쉽게 말해서 대변을 보고 나면 변기에 기름이 뜨는 현상입니다. 제니칼이라는 lipase (라이페이즈, 리파아제) 억제 약물을 드셔보신 분은 이해가 쉬울 것 같은데 이 약은 지방흡수가 안되게 해서 살을 빼는 약이거든요. 지방변이 주작용입니다. 그러나 SAPE 수술 후에 지방 변은 부작용입니다.

 

흡수되는 창자의 길이가 짧아서 생기는 현상입니다. 그러나 이것도 적응이 됩니다. 6개월 정도 보고 있는데 이 현상은 짧은 작은창자 증후군과 같은 원리입니다. Short bowel syndrome은 주고 교통사고 후에 발생되는 다발성 소장천공 수술 후에 발생합니다. 구멍 난 작은창자를 제거하면 흡수되는 길이가 줄어 완전히 흡수가 안 됩니다. 그러나 이런 경우도 6개월 정도 후 적응이 됩니다. 적응원리는 남아있는 소장의 굵기(내경)가 커지게 됩니다. 그리고 영양분 섭취의 일선에 있는 융모가 많이 자랍니다. 그리고 소장의 연동운동자체가 변화되어 천천히 내려 보내게 됩니다. 여기에 남아있는 유문 괄약근이 큰 몫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유문괄약근이 작용하지 못하는 축소위우회술이나 루와이 위우회술 같은 경우는 적응되어도 부족한 점이 있게 됩니다. 개인차이가 큰 현상이지만 불편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 다음에 남은 문제는 아주 오랜 기간 후에 재발되지 않을까? 하는 것인데 이것은 재발이라고 하면 부적절 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동북아시아인의 경우 당뇨병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습니다. 서구인에 비하여 췌장의 기능이 떨어져 있어서 인데 지금 정상이라고 하는 사람도 식생활의 변화가 있거나 나이를 먹으면 당뇨병의 발생 가능성이 굉장히 높습니다. 혈당은 인슐린분비량과 저항성에 의하여 조절되는데 우리는 저항성은 낮지만 분비량이 굉장히 적거든요. 쉽게 말해서 그 누구도 당뇨병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는 말입니다. 사실 먹는 것 때문에 신경들 많이 쓰고 있는 것은 누구나 한 가지 일겁니다.

 

여기 까지가 수술의 역할 입니다. 그 다음은 비수술적인 요소를 고려 해야 합니다.

 

남아 있는 당뇨병의 합병증을 해결하여야 합니다. 몇 십 년 동안 당뇨를 앓아 오면서 이곳저곳이 망가져 있거든요. 단지 뇌 혈관이나 심장의 관상동맥에 이상이 없었다 뿐이고 신부전이 안 왔을 뿐 심장 혹은 신장기능이 약화되어 있고 혹은 이미 합병증이 시작된 분도 있기 때문입니다.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당뇨병에 대한 수술적 치료는 치료의 시작에 불과 합니다. 그러나 수술없이는 치료의 시작은 불가능 합니다. 관리를 계속해 가는 것이지요. “나는 자연인이다와 비슷한 TV 프로그램이 많이 방영되지 않습니까? 그런데 산에 들어갔다고, 환경이 바뀌었다고 해서 순간에 당뇨병과 합병증이 없어지지는 않습니다. 시간이 좀 걸리지요. 자연치유라고들 하지만 의사가 도와주면 이 시간을 엄청나게 줄일 수 있습니다.

 

수술 후 환자 돌보는 것은 수술 한 외과의사의 몫입니다. 수술 후에는 신체의 구조가 바뀌게 됩니다. 그래서 나타나는 증상도 다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외과적 변화와 내과적문제가 발생할때 두가지를 다 알고 있는 의사에게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수술 후 변화를 모르면 내과적 문제의 진단이 되지 않거든요.

 

인간은 살면서 많은 질환이나 사고에 접하게 되어 몸이 불편할 때가 많습니다. 수술 후 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별별 일이 다 생길 수 있는 것은 정상인이나 당뇨 환자나 수술한 환자나 마찬가지입니다. 이때 수술 후 변화인지 아니면 새로운 내과적 질환인지 감별하고 조치를 해 드릴 수 있는 의사가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요즘 다학제 진료라는 진단, 치료 방법이 유행처럼 시행되고 있습니다.

 

다학제 진료란 여러 과의 선생들이 한명의 환자를 두고 토론하면서 최고의 치료를 하는 방법입니다. 그러나 굉장히 힘이 듭니다. 상대분야를 이해 못하면 동의 하지 못하거든요.

 

당뇨 수술 이후에 다학제 치료도 마찬가지입니다. 잘 안 됩니다. 의사들 고집이 보통이 아니거든요. 저희 병원도 다학제 치료를 합니다. 저는 간, 췌장수술도 같이 하고 있으므로 내과 선생과 잘 만나서 토의 합니다.

 

사실 저희 팀은 별문제가 없어요. 저는 수술만 담당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니까요. 그러나 다른 팀은 만나지도 못합니다. 서로 상반된 의견을 절충하지 못해서 그럴 겁니다.

 

그래서 외과의사도 공부를 많이 해야 합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은 것은 환자나 의사나 수술 했다고 넋 놓고 있으면 안 됩니다. 그래서 수술은 당뇨치료의 시작이라고 하는 겁니다.

 

수술이 환자에게 행하여지는 경우는 일반적으로 치료의 마지막 단계 이었습니다. 그래서 외과의사는 한 가지 목표를 위해 다른 장기를 파괴하는 것을 서슴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위암수술의 경우 주변임파선을 완전히 청소하기 위하여 자율신경총도 제거하고 암이 퍼져있을 가능성이 있는 장기는 모두 제거 하는 것이 원칙이며 이를 잘하는 외과의사가 수술 잘 하는 의사로 평가되기도 했습니다.

 

당뇨수술에서 이런 원칙은 적용되지 않습니다.

 

생각의 틀을 바꿔라, 변하지 않는 사람은 살아남을 수 없다. 등등 좋은 말이 많은데 정작 이것이 실천되기는 참 어렵습니다.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역시 바뀌는 것을 본적이 없어요.

 

그러나 바꿔야지요. 최소한의 수술로 원하는 목표만 달성하고 그 이후는 내과적 치료로 해결해야 합니다.

 

말이 길어지다 보니 중간보고가 아니라 잔소리로 빠졌네요. 하여간 결과는 양호합니다. 당뇨는 관리하는 병이고 치료는 어렵다는 고정관념이 깨지는 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