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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당뇨수술 한번에 알기

작성자명혀경열
조회수1925
등록일2016-03-25 오후 4:21:18

 

인류 역사상 먹거리가 요즘처럼 풍부했던 시절은 없었다. 수렵보다는 경작에 의존했던 우리의 조상들은 풍족한 음식과는 거리가 멀었으며 제때 먹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홍수, 가뭄 등 피할 수 없는 자연재해와 전쟁 등으로 기인된 굶주림, 기아 상태를 일생에 한 두 번은 필연적으로 겪어야 했다.

 

이런 경우에 제 때 못 먹는다는 것은 단지 배고픔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가 되는데, 오랜 기간을 굶으며 살아남기 위해서는 곰이 동면을 위해 살을 찌워 에너지를 저장하듯 신체에 여유분을 저장해 두어야 했다. 절약 유전자 가설 (thrifty gene hypothesis)은 이러한 기근과 굶주림의 대물림을 통해 만들어졌다. 그런데 전술한바와 같이 먹을거리가 부족했던 민족이 갑자기 먹거리가 풍부해지고 기근이나 굶주림의 시기도 없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얼마나 행복한 세상이 될까? 그러나 현실은 그러하지 않았다.

 

아무리 좋은 변화라도 그것이 급격하다면 부작용이 있다.

 

필요이상의 음식을 섭취하며 우리 몸 안의 에너지를 저장하는 창고는 다 차게 되고 남는 영양분을 저장할 곳이 없게 된다. 당뇨병에 비교하여 말하자면 영양분이 지방조직(에너지원)으로 변하지 않고 혈액 중에 방황하며 고혈당 상태를 만든다. 즉 당뇨병이다.

 

그렇다면 서양인은 건강한 뚱보가 많고 그 한계를 넘는 경우에서야 당뇨가 오는데 그들은 왜 그리 창고가 커서 한계가 우리와 다를까? 우리는 살도 별로 안 쪘는데 왜 당뇨가 생길까?

 

오랫동안 섭취해 온 식품의 성분, 질 때문이다. 우리는 수천 년을 거쳐 나물이나 현미 같은 소화과정이 길고 복잡한 거친 음식을 주로 먹다보니 이런 음식에 맞춰 적응을 해버린 것이다 . 물론 서양의 경우도 기근이나 굶주림은 마찬가지로 존재했다. 하지만 경작만 하던 우리와 다르게 수렵과 경작을 같이 하던 그들의 풍요로운 시기에는 더할 나위 없게 만족을 느꼈을 것이다. 이 시기를 거쳐 만들어진 것이 충분한 영양소를 저장 할 수 있는 창고가 아닐까 가정을 해볼 수 있다.

 

우리 몸에서 영양분을 저장하는 임무는 인슐린이 한다. 인슐린을 정의 할 때 보통 혈당을 낮추는 호르몬 이라고 하지만 인슐린은 혈중영양분을 저장하는 기능의 호르몬이라고 하는 것이 적절하다. 마찬가지로 글루카곤이라는 호르몬은 혈당을 올리는 호르몬이라기 보단 저장된 영양분을 혈중으로 동원하여 활용하는 호르몬으로 설명하는 것이 근본적인 이해를 도울 수 있다.

 

이 호르몬들이 왜 우리 몸에서 적절하게 작용하지 못하냐?”를 알기 위해서는 이들의 특징을 파악하여야 한다. 이 호르몬들은 우리 몸에 일정 농도로 항상 존재하고 있다가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순간 분비되고 바로 분해되어 없어지기 때문에 인슐린이 영양분을 저장하려면 흡수된 영양분이 혈중에 존재 할 때 이미 분비가 되어 있어야 적절히 저장을 시키며 혈당을 낮추게 된다. 만약 영양분이 없을 때 분비된다면 당장의 에너지원을 없애는 결과가 되어 저혈당 상태가 된다. 저혈당은 정신을 잃고 생명까지 잃을 수 있기 때문에 고혈당보다 더 위험하다.

 

과거에는 인슐린보다 글루카곤이 중요한 임무를 했을 것이다. 오랜 기근에 온몸이 깡마르도록 없는 에너지를 짜내서 심장이나 뇌와 같이 생명유지에 필수적인 장기에 영양분을 공급했을 것이다.

 

다시 조금 깊이 들어가 보자. 그렇다면 인슐린이나 글루카곤의 분비 조절은 누가 할까?

 

가장먼저 생각나는 것은 혈당 그 자체이다. 혈당이 높아지면 인슐린이 분비되고 낮으면 글루카곤이 분비된다. 이것도 맞다. 그러나 이보다 더 강력한 분비인자가 있다.

 

소장의 점막의 약 1%를 차지하는 장내분비세포에서 분비되는 인크레틴이다. 신체에서 영양분이 흡수 되는 곳은 소장이다. 영양분이 흡수 될 때 특정 장내분비세포에서 췌장에 영양분이 들어왔다는 신호를 보내 인슐린을 동시에 분비시켜 영양분의 저장을 최대화 한다.

 

다시 말하면 쉬고 있는 췌장에게 곧 영양분이 흡수 되어 혈당이 오를 것이니 이를 저장할 호르몬 분비를 시키라고 췌장을 흔들어 깨우는 것이다. 그 다음 췌장에서는 인슐린이 분비되고 이때 막 흡수된 영양분이 우리 몸에 저장된다. 그런데 이런 중요한 작용을 하는 인크레틴도 수분 내에 분해되어 없어져 버린다. 분비되면 순간적으로 췌장을 자극해서 인슐린이 분비되고 마침 흡수된 혈중 영양분이 지방세포를 비롯한 우리몸 세포에 저장되는 것이다.

 

그래서 정상적인 기능을 위해서는 혈중 영양분의 존재하는 시기와 이 호르몬의 분비가 적절한 시기에 이루어 져야 한다.

 

정리하면 인슐린의 분비는 혈중도당농도와 영양분에 의한 인크레틴에 의해 주로 영향을 받는다 할 수 있다. 더 큰 영향력은 인크레틴 쪽이다. 한국인에 흔한 마른당뇨의 문제는 인크레틴을 분비하는 장 내분비세포에서 비롯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이다. 그런데 이 인크레틴을 분비하는 장 내분비세포는 두가지 이며 이것은 소장의 위치에 따라 분포 양상이 다르다.

주로 영양분을 저장하여 혈당을 낮추는 인슐린, 그 인슐린을 분비시키는 장내분비세포는 소장의 말단 부분에 있다. 이것은 수천 년 인류의 진화의 결과로 보인다. 살기 위해 영양분이 많이 흡수되는 곳에 집중 배치되어 인슐린을 적시에 대량 동원하여 최대의 효과를 위한 방향으로 진화해 왔기 때문이다. L 세포라고 이름 지어진 장점막내분비 세포에서는 GLP-1 이라는 인크레틴이 분비된다. 이것이 인슐린을 분비하는 베타세포를 자극하는 전령이다. 이 세포는 상부소장에는 거의 없다. L cell 은 소장의 중간부터 나타나기 시작해서 말단부위에 가장 많이 존재한다.

 

그런데 최근 음식을 섭취할 때 입맛에 맞게 너무 많은 조리단계를 거치게 되어 소장의 소화과정을 거치지 않고 거의 흡수 직전의 상태로 섭취하는 이른바 맛있는 음식을 섭취하기 시작하면서 말단 소장에 영양분의 공급이 줄었다. 음식이 다른 곳에서 (상부소장) 이미 다 흡수가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말단 소장부위로 오는 영양분이 줄어드니 L cell을 자극할 수 없고 인크레틴의 분비도 적어지고 췌장 또한 기능을 잃어가고 있다.

 

그리고 한 가지 이를 뒷받침 하는 과학적 근거는 인크레틴분비세포와 혀에서 맛을 느끼는 세포의 수용체가 비슷한 성질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맛있고 먹기 좋은 음식은 흡수가 빠른 시간이내에 이루어지게 되며 상부소장 인크레틴분비세포를 자극하게 된다. 과거에는 소장의 말단부위에서 흡수되던 영양분이 상부에서 거의 흡수되어 말단부위에 위치한 L세포는 인슐린 분비신호를 내보내지 못하는 상황이 2형 당뇨병에서 발생되는 것이다. 흡수된 영양분은 저장이 되지 않아 혈중에 남아 방황하며 고혈당 상태를 만든다. 오랜 기간을 계속 같은 곳에서 흡수되던 영양분이 갑자기 이사를 가버리니 이에 적응할 수 없는 것은 자명하다. 고혈당상태에서는 여러 가지 비정상적 반응이 이어지는데 상부소장에서 분비되던 GIP 라는 인크레틴은 도리어 글루카곤을 분비시켜 저장되어있던 영양분까지 동원 하니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혈당은 더욱 상승한다. 갑자기 많은 양의 영양분이 상부소장을 자극할 때도 글루카곤이 동원되는데 이는 처음 겪는 이상한 현상에 오동작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으면 갑작스러운 상부소장의 자극으로 인슐린 과다분비에 대한 예방으로 너무 과도한 저장을 피하기 위하여 저장된 에너지를 동원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너무 많은 지방을 저장하여 원래 장기의 기능이 약화되는 것이 지방간이다. 저장이 많이 되어 문제가 되는 대표적 장기가 바로 간 이다. 이런 현상을 막기 위한 방어기재인지도 모른다. 하여간 글루카곤은 더욱 상승된다. 먹는 대로, 섭취하는 대로 이것이 모두 우리 몸에 저장된다면 그 결과는 끔찍할 것이다. 그래서 인지 GIP는 복잡하다. 상부소장에 위치하기 때문에 영양분이 제일먼저 감지되는 곳이라서 두 가지 호르몬을 다 분비시키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은 이해 할 수 있다. 전술한 바와 같이 인체에 저장되는 영양분의 량을 인슐린이나 글루카곤을 통하여 조절하는 기능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어찌 되었던 이와 같이 풍부한 음식을 접한 것은 100년도 되지 않는다. 이러한 급속한 환경변화에 진화는 따라갈 수 없다.

 

먼저이야기 한 GLP-1 이 하부위장관가설, 나중에 설명한 것이 상부위장관 가설이다.

 

정리하면 부족한 GLP-1이 문제인가? 아니면 너무 많은 GIP 인가? 두 가지다 관여를 하는 것은 확실하다. 그래서 각광받는 당뇨치료제의 한 가지가 하부소장의 GLP-1을 닮은 유사체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뒷받침 하는 증거는 위 우회술을 통해 당뇨가 호전된 환자는 GLP-1 의 분비가 많다. 그러나 GLP-1 길항제를 투여하면 다시 당이 올라야 하는데 그냥 유지 된다. 또 다른 무엇이 상부에서 일어났을 가능성이 있다.

 

상부위장관 가설에 관여하는 것은 GIP glucagon 이다. 이들의 어떤 작용이 2 형당뇨의 수수께끼를 풀어줄 단서가 될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그러나 GIP 라는 물질은 길항제를 만들기 어렵다. 췌장 뿐 아니라 두뇌, 골격 등 작용범위가 너무 넓어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고 저혈당이 발생하면 치명적일 수 있으므로 현재로서는 접근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동물실험을 통해 관찰하면 GIP glucagon의 길항제를 쓰면 당뇨의 현저한 호전을 보이는 것은 증명된 지 오래다. 확실한 증거도 있다. 1 형당뇨를 앓고 있는 쥐는 인슐린이 없다. 인슐린을 주사하여야 한다. 그런데 인슐린 없이 정상혈당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glucagon 수용체를 Knock out (KO) 시키면 된다. 1 형당뇨가 인슐린 없이 잘 살아간다. 그런데 오랜 시간이 지나면 glucagon을 만드는 세포 (알파세포) 종양이 생긴다. 골치 아픈 녀석들이다. 이것은 모르는 사실이 아니다. 단지 방법이 없다 뿐이지.

 

그런데 GIP 분비를 억제하는, 줄여주는 방법이 개발되었다. 위우회술이다.

 

영양분을 바로 GLP-1을 분비시키는 L세포의 분포가 많아지는(소장의 말단부위) 장의 1/3정도 건너뛰어 내려 보내면 영양분의 흡수와 인슐린 분비의 불균형이 해결된다.

 

어찌 보면 지금까지는 당뇨병 치료의 근간은 변화하는 환경을 옛날로 되돌리려는 것과 동일하다. 당뇨식이니, 산사람이 된다느니... 환경에 도전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무모한 행동일 수 있다. 간혹 성공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그 과정이 너무 힘들다.

 

그러지 말고 변화된 환경에 적당하게 몸을 바꾸어보자. 환경에 몸을 맞추는 거다. 이게 수술적 치료이면서 근본적 완치를 가능케 하는 방법이다.

 

당뇨치료방법은 그 어떤 방법도 부작용이 없을 수는 없다. 그래서 득실을 따져야 한다.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많으면 그건 성공한 것이다. 우리 몸을 바꾸는 것은 좋은데 수술이라는 것 자체가 엄청난 부담이다. 그런데 만약 맹장수술같이 쉽고 안전하며 간단한 수술이라면 어떨까?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맹장수술정도로 당뇨병이 호전되기 시작한다면 그건 이익이다. 그래서 우리는 더 쉽고 간단한 방법으로 수술을 고안했다. 이게 가능했던 이유는 분비세포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였고 신체가 불편하지 않게, 즉 소화기능에 변화가 없도록 하는 수술법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방법은 본인이 개발하여 이미 다른 수술에 10년 이상 응용하고 있던 기술이다.

 

 

암이나 염증, 농양같이 눈에 보이는 병은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하면 되기 때문에 외과의사의 독수리눈에서 벗어날 수 없다. 완치라는 말을 쓸 수 있는 이유이다. 그러나 완치라는 말을 당뇨에 적용하기는 무리가 있다. 혈당을 완전히 없애면 환자도 죽는다. 조절능력을 되살리고 그것을 받아드리는 능력을 되살리면 된다.

 

우리 신체에 무리를 주지 않고 조절능력을 부활시키고 그동안 잃어왔던 기능을 되살리는 것이 새로운 지평, new paradigm 이다.

 

과거의 수술은 치료의 마지막 단계로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 했다. 가용한 모든 장비도 동원했다. 그러나 당뇨수술은 이와 반대인 치료의 시작이다. 이제부터 고혈당이 저지른 사고를 처리해야 한다.

 

수술은 이러한 반전을 가능하게 해주지만 엄청난 아이러니는 수술의 가장 크고 치명적인 단점은 수술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처음에 시도한 수술이 효과를 보는 것이었다면 현재 시작하는 새로운 수술은 기존 수술의 혈당 조절기능은 유지하면서 부작용을 없애고 안전성을 강화하는 것이다. 아직 초기단계라 결론을 내릴 수는 없다. 수술 받은 3명의 환자의 현재 상태가 너무 좋다. 이것은 성공이다. 나는 새로운 수술을 구상하다가 이 방법이 떠올랐을 때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을 받았다. “피가 거꾸로 솟는다.” 라는 말이 무엇인지 몰랐다. 보통 어처구니없는 일로 화가 날 때 사용하지만 아마 그때 거꾸로 솟는 피의 느낌은 이제 까지 고민했던, 그리고 해결 안 된 질문들이 한꺼번에 풀리는 그런 느낌인 것 같았다. 여하간 피가 거꾸로 솟는 듯이 머리에 쥐가 나는 듯 했다. 나는 성공을 직감했다. 그러나 다른 사람에게 성공이라 확실히 말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시간문제다. 시간문제라고 하니 다 해결된 것 같다. 현재 수술한 환자가 미래에 증명해 줄 것인데 그때 까지 어떻게 기다리느냐가 문제다. 나는 머리에 쥐나는 경험정도로 끝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