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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나만의 만족

작성자명허경열
조회수1081
등록일2016-04-07 오후 1:25:30

처음 SAPE 라는 단일문합유문소장문합술을 시작한지 벌써 3개월이 지났습니다. 처음 시작했던 3분의 환자분의 추적결과 처음에 소화가 안 되는 현상은 2개월이면 모두 없어집니다. 그래서 수술직후나 수술 장에서의 보톡스 주사는 사용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예상대로 되어 가는 것인데 너무 신기한 마음이 드는 이유는 뭘까요? 아무리 자신해도 혹시나 하는 마음이 있었나 봅니다. 일단 외과의사로서 할 것은 정리가 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의료행위라는 것은 계속 발전해야 되고 또 환경의 변화등 다른 변수에 의하여 새로운 질병이 생기고 이에 대처하여야 하기 때문에 끝은 없습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2형당뇨에서 외과의사의 역할은 여기까지 인 것 같습니다. 두 번째 수술한 환자분이 엊그제 오셨는데 소화 장애는 완전히 없어지고 당화 혈색소도 6.2 가 나왔습니다. 어떠세요? 하는 질문에 그저 웃으며 신기하다고 하시는 모습이 너무 좋았습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삶의 질 같습니다. 먹는 것은 전과 똑 같고 오히려 더 먹는데 혈당은 그리 오르는 느낌이 없어졌다는 겁니다. 이게 너무 신기 하다고 하는데 제가 생각해도 수십 년을 그래 왔다면 정말 오랜만에 느끼는 기분이 될 겁니다. 어쩌면 잊어먹었을 지도 모르지요.

그러나 아직 저에게는 끝이 아닙니다. 이제 분위기를 뒤집었으니 그동안 고혈당으로 인해 기능을 못하는 장기를 되 살려야 합니다. 그래야 빨리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갈 것 아닙니까?

내일은 새로운 시도가 있습니다. 잠깐 말씀드리면 췌장염환자에서 수술 후 췌장기능의 회복 혹은 유지에 대한 것입니다. 과음, 서구화된 식생활등으로 췌장염이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심한 췌장염에서 췌장소화액이 흐르는 관이 막히면 수술적 치료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때 보통 췌장의 혈당조절기능은 대부분 저하 됩니다.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췌장 수술 후 췌장기능을 더욱 강화시키려는 노력입니다. 이 환자분은 우리나라 몇째 안가는 대학병원교수님이 보내 주셨는데 학회에서 발표하는 내용에 수긍이 가고 마침 이런 환자가 있어서 보낸다. 라고 전화를 주셨던 환자입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입니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한 의사의 역할도 끝이 없지요. 뭐 꼭 같은 역할을 해야 되는 것은 아니고 강의에 집중할 수도 있고, 의료정책에 관여 할 수도 있고, 예방의학이나 산업보건쪽으로 일할수도 있고 각자 하고 있는 일에 충실하면 될 것 같습니다.

제가 한숨 돌리는 것은 그래도 한 가지는 결론을 얻은 것입니다. 이제 이것을 응용해야지요. 참 생각하면 할 것도 많고 또 달리 생각하면 안 해도 될 것 같기도 하고 하면 안 될 것 같기도 하고 그런 것 같습니다.

참 아이러니 한 것은 이런 결과에 흥분하고 좋아하는 것은 환자와 저 밖에 없는 것 같아요. 동료의사나 다른 연구원들은 좀 묘한 반응입니다. 이런 치료결과로 득을 보는 것은 환자밖에 없거든요. 참 묘한 기분입니다. 최근 영화중에 Concussion (뇌진탕) 이라는 영화가 있는데 이 영화는 미국의 미식축구 경기에서 발생되는 만성적 뇌 충격이 후에 엄청난 뇌질환을 유발 한다는 사실을 어떤 부검의사가 발견하고 이를 사회에 알리는 과정에 이러나는 일을 그린 영화인데 실화에 바탕을 둔 영화입니다. 한번 보십시오. 재미있습니다. 윌 스미스가 이런 연기도 잘하는 줄은 몰랐어요. 윌 스미스가 부검의사 역을 합니다. 지금 나하고 비슷한 처지? 바로 이런 느낌일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