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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만성췌장염과 당뇨를 한꺼번에

작성자명허경열
조회수1704
등록일2016-05-15 오후 5:06:40

 

   

저희 수술이 당뇨병을 호전시키는 증거가 확인되어 이를 말씀드리려 합니다.

 

만성췌장염이라는 병이 있는데 이병의 가장 많은 원인은 잦은 음주입니다. 알코홀은 지방대사를 방해 하여 고지혈증을 만들고 이는 췌장에 칼슘침착등을 만들어 췌장에서 만들어진 소화액이 장으로 흘러나오는 가느다란 췌장관을 막게 됩니다. 췌장이 갖고 있는 내분비 외분비 기능중 외분비 기능이 문제가 되는 병입니다.

 

췌장소화액은 장속으로 흘러나갈 경우 고기나 지방등 입으로 섭취한 음식을 소화 시키지만 이런 췌장액이 배출구가 막혀서 본인의 몸으로 스며들게 되면 자기 몸을 소화 시키는 무서운 결과를 나타 냅니다. 이런 현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만성 췌장염인데 저절로 호전 되지는 않습니다. 좁아져서 막힌 부분을 내시경을 이용해서 넓히거나 외과 수술로 절제 해내고 장과 연결하는 수술을 합니다. 췌장의 꼬리부분이라면 장하고 연결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그냥 췌장의 1/4 ~1/3 정도가 잘려나가게 됩니다. 췌장자체의 기능이 많이 떨어져 있거나 기존에 당뇨가 있었다면 꼬리절제술의경우 당뇨가 심해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번에는 췌장미부 (꼬리부분)에 만성췌장염이 있고 심한 당뇨병이 있던 환자에게 췌장미부 절제술과 SAPE를 동시에 시행했습니다. 병이 발생된 췌장부위를 제거하고 당뇨를 호전시키기 위하여 SAPE 수술을 동시에 시행 한 겁니다. 췌장의 꼬리 절제술 후에는 췌장자체의 크기가 줄어들게 되므로 당뇨병이 악화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만약 동시에 수술을 시행하여 당뇨병이 호전된다면 이는 SAPE의 당뇨병 치료효과를 증명할 수 있습니다. 이 환자에 대한 수술은 단지 증명을 위해서 뿐아니라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목적이 있습니다. 만성췌장염의 통증은 아파보지 않으면 모른다 할 정도로 심하고 또 당뇨병 자체에 의한 부담도 굉장히 크거든요.

 

이환자분은 사실 연세의대 세브란스병원에 계신 현 간담췌 외과학회 회장님이 소개 해 주신 환자 입니다. 전에 학회에서 이 수술에 대하여 소개 했는데 제 발표내용에 동의 하시고 적당한 환자가 있다고 전화를 하시고 저에게 맏겨 주신환자입니다. 환자의 수술은 별문제 없이 끝났고 역시 식이에도 지장이 없었습니다.

 

췌장미부절제술에서는 당뇨가 악화됩니다. 췌장머리부분을 절제 할 경우는 우회술의 효과처럼 혈당이 좋아지는 것이 보고된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러나 꼬리부분만 그냥 띄어낼 때는 베타세포가 적어질 수밖에 없어서 악화되거나 새로 당뇨가 생기게 되거든요.

 

이환자는 수술 후 당뇨가 좋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은 결정적인 증거입니다. 100% 나빠질 수밖에 없는 수술 (인위적으로 당뇨를 만든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러나 췌장의 일부는 잘라 내어야 하니까요) 이기 때문에 SAPE 수술의 효과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겁니다.

 

지금 한 3개월 되었으니 6개월 정도 지나 발표 하려합니다. 사실 예상한 대로 되어갑니다. 그리고 중요한 점은 수술이 추가 되었으나 환자의 부담은 최소화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제가 누차 강조하지만 수술은 간단하고 쉬워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오늘 칼럼을 쓰게 된 이유는 다른데 있습니다. 환자를 보내주신 선생님이 저에게 아주 예리한 질문을 하셨어요. 이 질문이 저를 굉장히 당황스럽게 했습니다.

 

지금 당뇨수술의 전개는 허경열 선생이 예상하고 발표한 대로 꼭꼭 맞아 들어가는데 처음에 어떻게 알았는지 그게 굉장히 궁금하네?”

 

저도 생각해 보니 그런 것 같아요. 이런 비슷한 생각과 개념은 많이 있지만 거의 모든 수술에서 단점이 있거나 재발등의 문제가 발생되어 현재 시행하지 않고 있거든요.

저는 2009년부터 이 수술을 했지만 마치 알고 있던 것처럼 잘 진행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처음 2009년 수술을 시작할 때부터 쓰기 시작한 칼럼이 산 증인입니다. 그래서 홈페이지내용은 손댄 것이 없어요. 지금6년전에 쓴내용을 보아도 거의 마찬가지입니다.

이제 와서 그때 생각한 가정이나 이론이 다른 논문을 통해 증명이 되고 있거든요. 그것이 제가 계속 이 수술을 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의사나 과학 하는 사람들은 새로 나온 증거를 자기 가설에 끼워 맞추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아니 자주 있습니다. 저도 모르게 그렇게 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사실은 중간 중간에 동료들에게 자꾸 확인하였습니다. 내가 억지로 새로운 증거에 우리 수술을 맞추어 넣는 것 아니냐고요. 아니랍니다. 정말 신기하게 증명이 되어 가는데 결코 꾸역꾸역 맞추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합니다. 그런 와중에 회장님이 정말 날카로운 질문을 날렸습니다.

 

다 좋은데 처음에 아이디어를 어떻게 잡았냐고? 대답을 잘 못했습니다. 처음에 쓴 칼럼처럼 우회술과 당뇨의 호전과 관계는 확실히 있다는 것은 다 알고 있었고 세세한 부분에서 남들과 차이가 있었던 것인데... 그리고 열심히 논문 읽었고.. 그리고 한 가지 더 있다면 운이 따랐겠지요.. 그게 정답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