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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당뇨병을 수술로 치료하는 의사로서 환자분들께

작성자명허경열
조회수1338
등록일2016-01-01 오전 5:18:52

이번에는 제 이야기 좀 하려 합니다. 평소 생각하고 있는데 환자분에게 말하기 어려운 내용이지요.

저는 원래 간, 담도, 췌장쪽 수술이 전공입니다. 이쪽 계통의 수술은 굉장히 어려운 분야입니다. 수술이 전쟁이지요. 그런데 그런 게 저에게 좀 맞는 것 같았습니다. 원래 이공계통이고 만들기, 조립하기 이런 것 좋아했거든요. 학생 때 밤 샌 날이 많아요. 수술은 나름 잘 했습니다. 아니 꽤 잘했습니다. 그런데 이쪽에 생기는 병은 예후가 안 좋아요. 특히 췌장쪽 수술이 아무리 잘되어도 환자의 병기, 즉 병의 정도에 따라 운명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부분은 단 1~2년 혹은 정말 간혹 10년 정도 되는 경우도 있고. 아뭏튼 수술방에서 승부가 납니다. 그다음은 갈등이 없습니다. 보호자도 저도 환자도 그냥 받아드리기 때문에 말이 없습니다. 그런데 회의가 생기기 시작했는데 이유는 보람이 없다는 점입니다. 그냥 기계적이예요. 수술방에서 끝나고 나와 환자보호자에게 잘되었다고 하면 고맙다고 하시고……. 정말 이 맛에 산다 싶었는데 몇 개월 만에 재발... 사망.... 그래서 좀 방향을 바꾸었습니다. 다른쪽으로 눈을 돌린거지요. 확실한 완치.

불과 20년 전만 해도 탈장이라는 병은 재발이 많아 환자들 고생이 많았거든요. 수술도 굉장히 아프고. 그건 제가 수술 받아봐서 압니다. 그런데 운 좋게 2000년 미국연수 시절에 복강경 탈장수술을 만납니다. 정말 기가 막혔지요. 그래서 그 분야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성공을 했다고 해도 과하지 않습니다. 이건 정말 보람이 있지요. 근데 수술하고 그 다음날 퇴원하시고 1주일 후 외래에서 상처보고 그걸로 끝입니다. 이것도 심심해지기 시작했지요. 그다음이 베리아트릭, 비만수술쪽인데 뜨는 종목입니다. 저는 의대 학생 강의때 이런 말을 합니다. 그 시대에 필요한 의사가 되라고. 이 말은 여러 가지로 해석 됩니다. 괜히 돈만 밝히는 의사가 되라는 뜻으로 들릴 수도 있고 물론 수입이 싫은 사람은 없지만.... 앞으로 많이 발생될 병을 예측 할 수 있다면 의사가 되어 너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을 것이고 그 사람들은 네가 필요할 것이고 큰 도움을 주고 굉장한 보람도 느끼고 또 잘난척 할수도 있고. 저는 오래전부터 풍족한 음식, 수명이 길어져 생기는 질병을 focusing 하라 했어요. 단지 환자많이 보고 돈 많이 벌라는게 아니고 너를 필요로 하는 환자는 거기에 있다고 강의 했지요. 지금 맞아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비만수술이것도 큰 문제가 있는데 환자변수입니다. 환자에 따라 받아드리는 것이 너무 달라요. 정말 잘 되었다고 생각하는데 환자는 불만투성이고, 이것도 아니다 싶던 차에 당뇨병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요즈음 와서야 의사된 기분이 좀 듭니다. 이 분야는 정말 노력과 경험이 필요합니다. 수술은 그리 어렵지 않을 정도로 만들어진 것 같고, 정말 당뇨수술 외과의사의 역할은 수술 후 부터입니다. 일단 환자와 신뢰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거 깨지면 완전히 걷잡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공부를 많이 해야 됩니다. 예를 들어 보면 수술 받고 좋아지던 환자가 갑자기 아픕니다. 이때 진단은 굉장히 혼란스러워 집니다. 일단 이것이 수술로 인한 문제인지 전혀 다른 문제인지. 이게 감별이 안 되면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져서 정말 쉬운 병도 못 고칩니다. 왜냐 하면 수술 받은 경우 (이것도 너무 생소하고 다른 의사들은 신체의 변화를 잘 모르니까) 수술로 인한 합병증 아닌가 하는 생각을 떨 추질 못해요. 유명한 내과 의사 선생님도 환자에 대하여 원인을 생각하다가 자꾸 수술이라는 변수 때문에 앞으로 나아가지 못해요. 왜냐 하면 수술을 모르니까.

전에 이니그마 라는 독일 암호를 해독하는 영국인이 주인공인 영화가 있었습니다. 수수께끼라는 말인데. 한 가지 커다란 변수를 제거하고 나서 해독에 성공하지요. 이니그마를 풀어야 합니다.

교통정리를 확실히 해주어야 합니다. 처음에 이것 때문에 맘고생 정말 많이 했습니다. 환자 보호자에게 혼나기도 했다니까요. 그래서 경험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낀 적도 많습니다.

소위 명의라고 하는 선생님들 말이지요. 이분들은 날 때부터 명의는 아니었습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뼈저린 실수도 하고 그건 다 마찬가지 인데 이것을 슬기롭고 끈기 있게 이겨낸 의사이지요.

결론은 믿음이 가지 않으면 이 수술은 하면 안 됩니다. 완벽한 수술은 세상에 없거든요. 살면서 어떤 일이 있을지 모릅니다. 내가 어떤 병에 걸릴 수도 있고 또 수술 받는 일도 있을 수 있어요. 이때 필요한 사람은 누구인지 아시지요?

두 번째는 막무가내인 분들이 있어요. 옆집 사는 아주머니와 같은 시기에 당뇨에 걸린 것 같은데 이 양반은 서울 순천향 병원에서 수술 받았다는데 완전히 좋아진 거예요. 나는 계속 나빠지는데…….

정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냅뜸 들어오셔서 누구누구 하고 똑같이 해주세요. 설명을 들으려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부모님이나 형제가 당뇨의 합병증으로 엄청난 고생, 생지옥 같은 고생을 하루하루 같이 한 분들 ……. 무조건 해달라고 못살게 합니다.

이건 정말 아녜요. 개인 차이는 정말 하늘과 땅차이가 될 수 있습니다.

저도 아직 부족합니다. 나이 50중반이 넘어서 3~4 시간 자면서 공부하고……. 참 내 팔자도 정말. 근데 저는 의사입니다. 의사라는 느낌이 오거든요……. 그런데 저도 고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헤깔려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