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주메뉴바로가기 홈페이지정보바로가기

HOME > 허경열 칼럼

TELEPHONE 010.2418.0119

제목

글루카곤의 배반

작성자명허경열
조회수1122
등록일2015-12-19 오전 7:30:25

요새 외과의사로서 50대 중반이 되어 공부를 많이 합니다. 의과 대학 학생시절에도 이렇게 많이 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당뇨병을 수술로 치료하는 의사가 당뇨병에 대하여 잘 모르면 어찌 하는가? 하는 이유 때문인데, 정말 너무 광범위하고 나름 너무 어렵고 그래서 이해하기도 어렵습니다.

연구는 정말 많이 되어있습니다. 각 분야별로 말이지요. 기초의학은 기초의학대로 여기는 주로 분자생물학분야입니다. 영양학과는 영양성분 분석, 내과는 내과대로 질병의 기전과 이를 교정하는 약물의 개발, 선택, 부작용예방, 그리고 최근 외과에서도 수술방법에 대하여, 또 발생학 쪽에서는 인크레틴 분비세포의 발생.....

정말 많습니다. 그런데 너무 깊이 알고 있는데 넓게는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아요. 전부 자기분야의 연구만을 통하여 당뇨병을 치료하려고 합니다.

어떤 한 가지 주제를 놓고 논문을 찾다보면 밤이 새도록 끝이 나지 않습니다. 내과논문, 기초논문, 정말 종잡을 수 없게 의문이 생기거든요.

아침이 되면 내가 뭘 했는지 모릅니다. 하기는 했는데…….

그런데 이런 게 정말 공부하는 방법 같습니다. 전에 학생이나 전공의 시절에는 답을 내야하는 문제가 있고 이것에 대하여 공부했는데 지금은 내 마음대로 궁금한 대로 찾아봅니다.

그리고 이것이 가능한 게 인터넷 덕분 인데 제가 전공의 때만해도 논문을 보다 그 논문에서 인용한 논문을 보고 싶으면 도서관에 가서 신청하고 어떤 때는 엄청난 량의 논문집앞에서 그 논문 찾느라고 몇시간을 보낸 적도 있습니다. 지금은 1~2분안에 책상에서 해결됩니다. 몇 가지 site만 이용하면 정말 전 세계의 논문을 다볼 수 있거든요.

좋은 세상입니다. 이번에 시행하는 수술법은 제가 실험한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2009년 처음시작하면서 몇 가지 동물실험을 하려했는데 웬걸~ 다 했더라고요. 정말 실험할 아이템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걸 종합한 결과로 보시면 됩니다.

처음에는 여러 수술방법과 장단점을 파악했습니다. 다 믿고 봐야 합니다. 편견도 버리고…….

그런데 비슷한 수술에서 결과차이가 있는 것을 알면서 시작이 되었는데 정말 공통점이 있고 이것을 기초논문에서 찾으면 그 답이 나오고……. 정말 흥분 그 자체 였습니다.

전에도 이야기 했지만 당뇨병은 치료되는 병으로 낙인 되어있습니다. 조절할 뿐이지요. 그러니까 합병증발생은 피할 수 없지만 좀 늦추는 방법이지요. 신약이 나와서 좀 효과를 보다가 곧 부작용으로 다른 약을 쓰고. 반복입니다.

그런데 이제 생각을 바꿔야 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당뇨병은 낳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현재 상태는 밑에 구멍이 난 독에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데 , 너무 많이 부어 넣으니까(신약) 조금 차 있다가 빠지는 거지요. 구멍은 인슐린이 아니라 글루카곤이라는 호르몬입니다. 췌장의 알파세포에서 분비되고 저장되어 있던 영양분을 동원하는 작용을 합니다. 인슐린과 반대작용입니다. 이렇게 과도하게 분비되는 글루카곤을 못 막으니 원인치료는 안되고 결과적으로 발생되는 합병증만 계속 치료하는 겁니다. 영어로는 Cause or consequence (원인이냐 결과냐? 닭이냐 달걀이냐?) 뭐 이런 얘기인데 전부 결과입니다.

1형당뇨병에 걸린 쥐는 인슐린을 주사해 주어야 합니다. 사람하고 같지요. 그런데 글루카곤이라는 호르몬을 없애면 인슐린을 주지 않아도, 인슐린이 없어도 정상혈당이 유지됩니다.

두 호르몬이 췌장에서만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췌장을 모두 들어낸 환자를 보면 아는데 인슐린은 없어요. 그런데 글루카곤은 어디선가 나옵니다. 위나 소장 등에서 분비가 되거든요.

그래서 인슐린 한 가지로는 완치가 안 되는 겁니다.

글루카곤이라는 녀석 역시 굉장히 중요합니다. 옛날에는 먹을 것이 부족한데다 기근이 많았거든요. 그때 우리의 조상을 살린 것이 글루카곤입니다. 지금도 가끔 사진에서 보듯이 아프리카에서 굶주림 때문에 깡마른 아이들, 2차 대전 말기에 수용소에 있던 유태인들……. 전부 글루카곤이 있어서 의식을 유지하고 심장박동을 유지시켰거든요. 모든 가용한 에너지를 모두 이용해서... 그런데 그 글루카곤이 배반을 한겁니다.

아니구나, 우리가 배반을 했네요. 너무 맛있게 먹으려 하다 보니……. 이 이유를 다음에 설명드리겠습니다.